전공의 이탈로 인력난에 신음하던 수련병원들이 7648명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9월) 모집에서 7707명을 신청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하반기 모집에 재응시할지는 미지수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수련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17일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다. 인턴 3068명 중 2950명이 임용 포기 또는 사직 처리됐으며,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이 사직 처리됐다.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다음 달까지 수련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 모집에선 특례가 적용돼 기존 연차·과목으로 응시할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 모집에서는 특례가 없어 사직 후 1년간 기존 연차·과목으로 응시가 제한된다. 정부는 전공의의 사직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로 처리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지 않은 사직 전공의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응시 자격이 생기는데, 하반기 모집인원은 결원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모집인원이 적다면, 2026년 상반기에나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군 미필 전공의들은 군 입영 리스크도 존재한다. 사직 처리 후 재응시하지 않는 군 미필 전공의들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로 입영해야 하는데, 입영 시기를 개인이 정할 수 없다. 통상 군의관은 연 700~800명, 공보의는 연 300~400명 모집돼 지원자가 많다면 입영 시기가 1년 이상 밀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전문의 취득이 3년 이상 지연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직 처리되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들이 손해를 가장 덜 보게 됐다.
임용대상 100명 이상 수련병원 49개 중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 한양대병원, 경희대병원, 전북대병원, 길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중앙대병원, 영남대병원, 건국대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인하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조선대병원, 충북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울산대병원, 건양대병원, 순천향대부속천안병원, 원광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강원대병원,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고신대복음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32개 병원은 임용 포기·사직률이 50% 미만이다.
이들 병원의 전공의들은 대다수가 복귀도, 사직도 거부한 채 현원만 차지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들에게는 복귀·사직의 실익이 크지 않다. 이미 추가수련 기간이 5개월을 지나 전문의 취득 지연이 불가피해서다. 복지부가 지난달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리스크도 사라졌다. 내년 3월까지 버텨도 전문의 취득이 1년 미뤄지는 것 외에는 불이익이 없다.
한편, 서울대병원 등 6개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118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6개 수련병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했다. 이들은 6월 4일 이후를 기준으로 사직 처리한 것이 전공의들의 수련받을 권리와 직접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