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잭폿' 터졌다…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쾌거 [종합2보]

입력 2024-07-17 21:59 수정 2024-07-1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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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팀 코리아' 선정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 본산지,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
윤석열 정부 내건 '원전 강국 재도약' 비전 현실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24조 원 잭폿이 터졌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한 한국형 원전 수출이다. 특히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 선점이 가능해져 윤석열 정부가 내건 '원전 강국 재도약'의 비전이 현실이 됐다.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한수원을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내년 3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통상 우선협상자가 최종 사업자로 확정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최종 수주로 볼 수 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5·6호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한수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결정이 미뤄진 테멜린 3호기와 4호기 건설은 체코 정부와 체코 전력 당국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체코 정부가 향후 나머지 2기의 추가 건설에 나설 때 한수원의 수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사실상 '2+α'기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전 냉각탑 4개가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전 냉각탑 4개가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체코 정부에 따르면 체코 측의 총 예상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 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 원)이며, 이 중에서 한수원과의 계약 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금액에 대해 체코 정부가 건설비, 예비비 등을 포함해 책정한 총 예상 사업비로 사업자와의 계약 금액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최종 계약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계약자인 한수원은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및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및 정비)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1000MW(메가와트)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일괄 공급하게 될 예정이다.

한국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은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팀코리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갖추고 공기를 정확히 지키는 데다, 경쟁국인 프랑스에 비해 예산 준수 측면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했기에 얻은 결과라는 의미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앞줄 세 번째)이 29일(현지시간)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사(EDU II)를 직접 방문해 입찰서를 제출한 뒤 발주사의 모회사인 체코전력공사의 다니엘 베네쉬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앞줄 세 번째)이 29일(현지시간)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사(EDU II)를 직접 방문해 입찰서를 제출한 뒤 발주사의 모회사인 체코전력공사의 다니엘 베네쉬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인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어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내건 원전 강국 재도약의 비전도 재조명받게 됐다.

윤 정부는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2030년까지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총력전으로 치러진 수주 경쟁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향후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갈 가능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 운전 절차 진행 등에 이어,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 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돼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 업계 역시 이번 '체코 잭폿'이 향후 15년 이상 원전 생태계 일감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송전망 계통연결에 성공한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UAE) 송전망 계통연결에 성공한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전력)

산업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한수원과 발주사 간 계약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내년 3월께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과 하나가 돼 총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먼저,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정부도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산업부 장관 주재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후속 조치 추진 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원전 분야 협력은 100년 이상의 협력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로서 원전 사업을 매개체로 체코와 협력의 폭과 깊이를 대폭 확대한다.

2025년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가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체결, 과학기술·산업·에너지 공동 R&D 확대, 직항로 증편 등 인적교류 활성화, 원자력 인력양성 등 유망 협력 사업들을 적극 발굴·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팀코리아가 되어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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