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찾는 시대는 지났다 [노트북 너머]

입력 2024-07-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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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가격은 꽤 저렴하고 디자인은 다양한데, 한 번 빨면 못 입을 것 같네요.”

얼마 전 중국 패션 전문 이커머스 '쉬인'의 국내 첫 팝업에서 만난 한 여성 소비자의 평가다. 그는 결국 구매하지 않겠다며 매장을 빈손으로 나갔다. 매장 곳곳을 둘러보니, 실제 올이 풀려 있는 등 재봉 마감이 덜 된 옷이 심심찮게 보였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에 이어 쉬인까지 C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패션 시장을 넘보고 있다. 1만 원 미만 티셔츠, 5만 원이면 너끈한 재킷까지 저렴이(저렴한 상품을 뜻하는 신조어)가 판을 치고 있다.

알리는 가격만 앞세운 게 아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유치부터 MD(상품기획자) 보강 등 경쟁력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속옷 브랜드도 최근 알리의 K베뉴(한국 상품 전문관)에 합류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사의 첫 알리 입점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5달러 치마, 9달러 청바지로 돌풍을 일으킨 쉬인도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 들어 국내에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K패션 성지 성수동에 팝업도 열며 고객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C커머스가 선보인 의류와 잡화 등이 가품과 저품질, 유해성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알리는 가품을 걸러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스크리닝 시스템도 선보였다. 쉬인은 가품 판매를 막기 위해 모니터링은 기본이며 지적재산권(IP)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상품을 검색에서 삭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정 노력은 무위에 그치고 있다. 알리에선 지금도 유명 브랜드 상표와 디자인을 베낀 옷이 버젓이 판매 중이다. 쉬인 역시 성수동 팝업 매장에서 폴로 랄프로렌, 프레드페리의 닮은꼴 로고와 디자인이 적용된 옷을 오픈 첫날 판매해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얼마 전엔 알리, 테무, 쉬인에서 판매 중인 장화에 기준치를 682배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는 둘째 치더라도, C커머스 업체 스스로 보다 적극적으로 가품과 저품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C커머스의돌풍은 그저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를 리드하는 국내 소비자의 패션 눈높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다.

이제 저렴이만 찾는 시대는 지났다. 많은 소비자가 명품 브랜드에 기꺼이 비싼 돈을 내는 것은 높은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소유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C커머스라면 쉽사리 국내 시장에 발을 못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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