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고점 달리는데...점점 가까워지는 ‘빚투’ 개미 곡소리

입력 2024-07-11 13:08 수정 2024-07-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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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매매미수금, 또 1조 넘었다
증권사서 빌린 돈 못갚는 투자자들
빚투 부담에 신용거래 잔액 감소세
강제 처분 반대매매 85억까지 불어

▲신용융자잔고 추이 (금융투자협회)
▲신용융자잔고 추이 (금융투자협회)

직장인 이 모(39) 씨는 요즘 주식 계좌만 보면 골치가 아프다. 지난달 매수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가가 연일 하락해 손실률이 23%에 달해서다. 이 씨는 당시 증권사에 4000만 원을 맡기고 1500만 원을 빌려(신용거래 융자) 이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단기간에 돈을 불리려고 신용(빚)을 썼는데,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11일 코스피는 2891.35로 마감했다. 2022년 1월 14일(2921.92) 이후 909일 만의 최고가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개미가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증권사가 이들에게 빌려준 뒤 받지 못한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 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그나마 ‘삼천피’(코스피지수 3000)에 대한 기대가 위안을 준다.

다가오는 빚투의 그림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는 10일 기준 1조5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틀 연속 1조 원대다.

돈을 빌려서 투자한 이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갚으면 반대매매가 발생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자신의 상환 능력을 웃도는 규모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인 것이다. 미수거래는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때 활용한다.

‘빚투’ 개미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 9일 기준 19조88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7조5370억 원보다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단타에 나섰던 이들의 손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반대매매가 증시에 추가 악재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개미들의 투자성적이 좋지 않아서다. 개미들이 많이 산 상위 20종목의 상반기 수익률은 작년 말과 비교해 평균 -25.01%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5.15%)와 코스닥(-2.82%) 하락률을 훨씬 웃돌았다. 카카오페이의 하락률이 44.93%로 가장 컸고, 상위 매수 2, 3위인 삼성SDI(--21.82%)와 LG화학(--29.46%)도 -20%대 수익률을 보였다.

개미지옥은 없다? ‘삼천피’ 기대감

코스피가 개미들의 지수 하락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시장 여건은 좋다. 반도체발 경기 회복의 온기가 국내 경제 곳곳에 퍼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89억2250만 달러(약 12조3175억 원)의 흑자를 냈다. 5월 수출(589억5350만 달러)은 전년 대비 11.1% 늘었다. 8개월 연속 오름세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3.0% 늘어나면서 수출 상승을 이끌었다. 정보통신기기(18.0%), 석유제품(8.2%), 승용차(5.3%) 등의 수출도 증가했다.

리 인하 기대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확대됐다.

반도체 호황은 외국인은 불러 모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세는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7월 들어서도 외국인은 3조6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둔화,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 등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중장기 하향 안정세가 유효하다”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강한 외국인 선물 매수가 유입되면서 코스피 강세가 전개될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 밴드(범위)를 2620∼3200포인트로 제시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증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인터넷, 자동차, 이차 전지가 가세하며 상승 추세가 견고해질 것”이라며 “반도체 비중확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출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2650∼3150으로 제시하며 “시간은 한국 증시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주가는 이익 수준을 따라갈 것”이라며 “시장은 내년 코스피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주요국 증시 중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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