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1.4% 하락
엔저·인플레 부담 가중 탓
명목임금은 춘투 인상 효과에 1.9% 상승
일본 기업 기본급이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실질임금은 역대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엔저가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5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6개월 연속 하락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낙폭은 4월 기록한 1.2% 하락보다 컸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에 일본 정부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했다. 올봄 대기업 춘투(봄철 임금 협상)에서 노사가 합의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였다. 인상률이 5%를 넘은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 결과 5월 기본급은 춘투 영향 속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한 26만3539엔(약 226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1993년 1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한 명목임금은 29만7151엔으로 1.9% 상승했다.
취업형태별로는 정규직 등 일반 노동자가 2.1% 상승한 37만8803엔, 시간제 노동자가 3.2% 오른 10만8511엔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실질임금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엔저 지속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른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엔저로 인한 인플레이션 고통이 가계 지출을 억제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력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3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원 수 5명 이상인 중소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여전히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다. 일본에서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하락세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종합정책학 교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대화해보면 대기업이 임금을 올리기 때문에 (평균) 임금이 오르고 있다는 의견도 많이 듣는다”며 “노동 생산성을 더 높이는 것이 지속적인 임금 인상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