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을 10년간 이끌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중등교육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한 대입제도, 대학서열화 체제 개혁을 위해 앞장서겠다”면서 203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감 제3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국민들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교육 평가 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현재의 4지·5지 선다형 평가 방식을 논술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4년 첫 취임한 뒤 내리 3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은 서울교육감으로서 ‘최장기 임기’ 역사를 쓰고 있다.
조 교육감은 “초·중등교육 현장에서의 노력이 글로벌 선진교육의 모델로까지 발전하려면 초·중등교육을 왜곡하는 상위질서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2033 대입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상상하고 실현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서술형 평가 시기상조론의 핵심 이유는 평가 자체의 어려움”이라면서 IB(국제 바칼로레아) 평가의 다중적인 채점 방식을 참조해 채점의 공정성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1단계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계적 채점을 하고, 2단계는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수행하고, 3단계는 수험생을 수용하는 대학교수들이 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3단계의 채점 방식을 통해 채점 자체의 실무적 부담도 완화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서) 논서술 평가 프로그램이 일부 나와서 사용하고 있다”면서 “원래 과기정통부와 연대해서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는데 아직 수용이 안 됐다. 계속해서 시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교육감은 지난 10년간의 교육 정책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로 특수학교 확대를 꼽기도 했다.
그는 “보통 조희연을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진보적 얼굴로 많이 기억해주신다”면서 “교육자로서 몇 가지 정책들은 굉장히 의미 있다. 예를 들면 17년 만에 특수학교인 나래학교, 서진학교 등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없고, 학생이 1~2시간씩 통학한다는 장애 학부모의 한탄이 있다”면서 “사립학교에 특수학급이 2.6%가 있고 공립은 74% 가량이 있는데, 사립학교에 더 많은 특수학급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교육부가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실행계획을 내놓고 올해 말부터 시범모델을 운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조 교육감은 “유보통합 예산과 인력, 공간이 완전하게 이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정부가 교육·돌봄책임특별회계를 신설해 국가 재정을 확보하도록 한다고 한 만큼 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만약 기존 어린이집에서 지원 받던 예산, 인력 등이 100% 이관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교육청과 어린이집 간 치열한 갈등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해직교사 부당 특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 최종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기도하는 심정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직권남용죄가 과거에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적용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쪽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면서 “저는 적극행정이라고 항변하지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인데, 또 받아들여질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