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 리 한국다우 진천공장장 “첫 외국인 여성 리더로서 상하구조 깨기 위해 고민” [이슈&인물]

입력 2024-06-27 15:12 수정 2024-06-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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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리(Dawn Lee) 한국다우 진천공장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던 리(Dawn Lee) 한국다우 진천공장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년간 일하면서 생각보다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상하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직적인 문화에서는 소통하는 데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를 깨고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던 리<사진> 한국다우 진천 공장장은 부임 1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리 공장장은 2009년 다우코닝(현 다우) 품질 리더로 입사해 중국 장자강 공장 생산 리더, 호주 질롱 공장장을 맡았다. 지난해 6월 한국 진천 공장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호주 질롱 공장과 진천 공장의 최초 여성 공장장(Site Leader)이기도 하다.

진천 공장은 1985년 운영을 시작한 국내 최초 실리콘 공장이다. 전자제품, 자동차, 조명, 건설, 패키징 등에 사용되는 실리콘 소재 기반의 원료와 관련 솔루션을 공급한다. 진천 공장 생산량의 50%가 수출 물량일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중화권, 동남아, 호주, 인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리 공장장은 “한국 시장은 반도체, 가전, 모빌리티, 빌딩,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리콘 수요가 큰 곳”이라며 “중국과 같은 원재료 공장을 지렛대 삼는다면 진천 공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LG, 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도 함께 제품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다. 다우가 한국 진천에 생산공장을 세운 이유 중 하나다. 리 공장장은 “생산공장이 해외에 있을 경우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생산공장을 진천에 마련하면서 한국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첫 투자 시기 진천 공장은 원재료인 폴리머부터 완제품인 실란트 접착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품에 대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공정 측면에서는 디지털화, 자동화 등 제조 기술 혁신에 중점을 뒀다. 직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시작된 2차 투자 시기에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 공장장은 “글로벌다우가 가진 기술력을 접목하고 생산 증설을 통해 안전, 효율, 생산성을 모두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화학 산업의 위기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진천 공장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준(Stable flat)’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 공장장은 “(현재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진천 공장은 원재료(폴리머)부터 최종재(실란트)까지 생산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실란트 접착제와 고부가가치 제품군들을 믹스함으로써 확장성을 키우고 리스크를 분산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다우의 실리콘 연구개발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인버터, 컨버터, 변압기 등의 부품에 적용되는 방열 솔루션 ‘다우실 TC-6032 열 전도성 봉지재’ 제품은 올해 국제 어워드 ‘2024 BIG(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그룹) 이노베이션 어워드’와 ‘2024 에디슨 어워드’ 에너지 솔루션 부문에서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리 공장장은 “이러한 국제 어워드는 한 해에 한 회사에서도 수상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데, 진천연구소가 개발한 솔루션이 여러 차례 수상을 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그 혁신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한 가치로 본다. 그는 “진천 공장은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 친화성을 겸비한 혁신적인 실리콘 기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강력한 혁신을 통해 더 안전한 물질을 개발하거나, 안전에 주의해야 하는 물질 사용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다우는 지난해 메틸 에틸 케톡심(MEKO)을 대체한 화학 물질을 활용해 두 가지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안에 북미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성별·지역·인종·장애·성적 취향 등의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도록 사내에 임직원 리소스 그룹(Employee Resource Group·ERG)을 운영한다.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위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동아리 같은 개념이다.

리 공장장은 “진천 공장은 매년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과 남성 동료가 균형을 이루는 조화로운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서울 퀴어 페스티벌과 같은 성 소수자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등 소수자와 연대하고 그들이 일과 삶에 온전한 자신을 가져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고 말했다.

▲던 리(Dawn Lee) 한국다우 진천공장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던 리(Dawn Lee) 한국다우 진천공장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외국인, 그리고 여성 리더로서 느낀 어려움도 고백했다. 그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상하구조가 생각보다 많이 고착화돼 있다고 느꼈고, 산업 전반적으로 생산직군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이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리 공장장은 “진천 공장에는 낯선 문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리더십 팀이 있어서 이들과 함께 회사의 문화를 바꿔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진천 공장은 기존 직급 호칭을 없애고 ‘님’ 호칭을 사용하는 제도를 파일럿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어 “제조 현장의 첫 여성 리더로서 가장 큰 도전은 남성 중심적 일터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들의 문화와 업무 방식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진정성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다가갔다”고 덧붙였다.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리 공장장은 “모든 직원이 매일 출근할 때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고, 퇴근 후에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진천 사업장을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Place to Work)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각오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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