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과 성장성이 높으나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의약품 시장에 K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에스티젠바이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인터펙스 위크 도쿄 2024(INTERPHEX Week Tokyo 2024)’에 참가해 글로벌 파트너링을 강화한다.
인터펙스 위크 도쿄 2024는 일본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전시회다. 의약품 원료부터 연구개발(R&D), 제조, 가공설비 등 전 과정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900여 개 기업과 관계자 약 3만4000명이 참가한다.
에스티젠바이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독 부스를 마련해 활발하게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스티젠바이오는 재조합 단백질 관련 원료의약품(DS) 및 프리필드시린지(PFS) 제형의 완제의약품(DP) 등을 생산하는 약 9000L(리터) 규모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젠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캐나다 보건국(Health Canada) 등 글로벌 규제기관들의 실사가 예정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바이오텍도 인터펙스 위크 도쿄에 단독부스로 참여해 초기 임상을 앞둔 기업들에게 향후 스케일업(Scale-up)을 대비해 확장 가능한 공정 셋업 서비스를 소개한다. 또 후기임상에 관심 있는 기업에는 자사의 ‘2D 자동화 폐쇄 플랫폼(2D Automated Closed Platform)’을 활용해 고품질 및 고수율 제품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납품할 수 있는 역량을 알릴 예정이다.
앞서 코오롱바이오텍은 올해 4월 국제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Japan 2024’에도 참여한 바 있다. 김선진 코오롱바이오텍 대표이사는 “일본의 고품질 및 규제 기준을 준수하는 당사의 품질 경쟁력과 풍부한 상업화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곳도 있다. 대웅제약은 이달 20일 습윤 드레싱 전문브랜드 ‘이지덤 뷰티’가 일본 온라인 쇼핑행사 ‘메가와리’에서 한정 수량을 완판하는 성과를 냈다. 메가와리는 일본 온라인쇼핑몰 큐텐(Qoo10)이 분기별로 여는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다.
현재 대웅제약은 엣코스메(@cosme), 로프트(LOFT), 돈키호테 등에 ‘이지점 뷰티’를 입점시켰고, 입점 점포 수는 올해 5월 기준 1000곳을 넘었다.
앞서 대웅제약은 올해 1월 열린 일본 국제화장품산업 종합전시회인 ‘코스메위크 도쿄 2024(COSME TOKYO 2024)’에 참가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이지듀(Easydew)’와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케어 신제품 등을 홍보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일본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메디톡스는 올해 1월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을 체결하고 액상 보툴리눔 톡신제제 ‘MT10109L’의 일본 현지 임상시험 신청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메디톡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은 비동물성 액상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허가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640억 엔(56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정식 인허가 문턱을 넘은 해외 제품이 2개뿐이라 메디톡스가 허가를 받는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평가다.
국내 기업이 일본 의약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보수적인 시장임에도 시장성과 성장성이 높아서다. 현지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고, 허가를 받더라도 신제품에 대한 장벽은 높지만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가 한국(약 29조 원)에 비해 훨씬 크다.
의약품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유럽 5개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스페인), 중국에 이어 일본의 시장규모가 약 9조9000억 엔(약 86조 원)으로 집계됐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일본과는 원료의약품 공급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신뢰관계가 돈독하게 맺어져 있다.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원료 가격이 비쌌음에도 그간 쌓인 신뢰로 수출량이 많았다”라며 “보수적인 분위기로 인해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과의 협력 모드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