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스테이블코인·ETF 출시로 '문어발 기업' 올라선다 [블록렌즈]

입력 2024-06-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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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이 지난해 7월 리플랩스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간의 소송에서 리플 측 손을 들며 증권법 이슈가 해소됐다. 다만 기관판매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 양측은 벌금 합의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법원이 지난해 7월 리플랩스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간의 소송에서 리플 측 손을 들며 증권법 이슈가 해소됐다. 다만 기관판매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 양측은 벌금 합의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때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함께 가상자산 산업의 한 축을 이끌었던 '리플(XRP)'이 사실상 법적 리스크를 전부 털어내며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 간의 증권법 위반 관련 소송이 3년 6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지루한 총성 없는 전쟁을 지켜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지난해 7월 리플 측이 일부 승소한 데 이어 13일 커뮤니티를 통해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날 수 있다. 여름쯤으로 예측한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다가오는 하반기에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하며 생태계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2018년 3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에 블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고 있다. 한편 리플랩스는 최근 리플 레저(XRPL) 한국·일본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펀드는 한국 및 일본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 개발자 보조금, 스타트업 투자, 커뮤니티 성장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뉴시스)
▲2018년 3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에 블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고 있다. 한편 리플랩스는 최근 리플 레저(XRPL) 한국·일본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펀드는 한국 및 일본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 개발자 보조금, 스타트업 투자, 커뮤니티 성장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뉴시스)

최초로 상용화된 '프라비잇' 블록체인 리플, 2017년 시가총액 2위로 우뚝

21일 기준 가상자산 시가총액 8위(약 37조8300억 원)의 리플은 2012년 태동한 해외 송금 솔루션 프로젝트로, 현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비드 슈워츠와 스텔라루멘 재단의 대표 제드 맥칼렙, 크리스 라슨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이들은 해외 송금 시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을 축소하고 손실되는 비용을 줄이고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를 대체할 플랫폼을 구상했다.

리플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달리 최초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상용화했고, 2013년 당시로써 획기적이었던 에어드랍 마케팅이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안데르센 호로비츠(a16z), 구글 벤처스 등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9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사명을 오픈페이에서 '리플랩스'로 변경하고 국제 송금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리플, 어떻게 쓰일까?


만약 일본의 A 은행이 미국의 B 은행으로 1억 엔을 전송하기를 원할 경우, A 은행은 1억 엔을 토큰 XRP로 모두 환전한다. 환전에 필요한 XRP는 리플의 에스크로 계좌에서 충당한다.

그리고 XRP를 자신들의 메인넷 리플렛저(XRPL)를 통해 B 은행의 계정으로 전송하면 B 은행은 XRP를 현지 거래소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 전송 시간은 3~4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비용 또한 XRPL의 소액의 수수료와 XRP 환전 시 비용만 들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탄력을 받은 리플랩스는 2017년 금융 기관들의 계좌들을 통합해 단일 XRP 풀의 유동성으로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인 엑스래피드를 선보였다. 이듬해에는 이를 보조해줄 엑스커런트와 엑스비아를 출시해 스위프트에 비해 빠르고 쉬운 송금을 구현해냈다. 가상자산의 실제 유즈케이스를 만들어낸 덕택에 이더리움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 (AP/뉴시스)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 (AP/뉴시스)

출시 3년 만에 날벼락 맞은 리플, 미 증권법 위반 고소로 좌초 위기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리플랩스는 2020년 12월 SEC로부터 증권성 위반 명목으로 고소당해 지금까지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SEC는 리플랩스가 미등록 증권인 리플 13억8000만 달러(약 1조9000억 원)가량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브래드 가를링하우스 CEO와 공동 창업자 크리스 라슨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호웨이(Howey) 테스트를 기준으로 증권성을 결정하는데, △자금을 투자했는지 △공동사업에 투자했는지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타인의 노력으로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따져 이 모두를 충족할 경우 증권으로 분류한다.

SEC는 4가지 모두 해당한다고 주장하자, 리플랩스는 △리플은 가상자산으로, SEC 관할에 포함되지 않으며 △ICO(공개판매) 행위를 통해 미래의 토큰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과 어떠한 투자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으며 △시장 논리에 따라 가치가 형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리플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으며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시가총액 6위권에 위치하던 리플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리플의 추락과 함께 가상자산 업계도 움츠러들었다. 패소할 경우 열 손가락 안에 들던 가상자산이 하루아침에 '위법 이슈'로 휴짓조각이 될 뻔한 상황에 놓이자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 프로젝트들도 해당 판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리플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생태계. 리플랩스의 지속적인 투자에도 디파이 부문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출처=트위터 캡처)
▲리플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생태계. 리플랩스의 지속적인 투자에도 디파이 부문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출처=트위터 캡처)

"증권아냐" 리플, 법원 판결로 반전…스테이블코인·IPO·ETF 계획에 '껑충'

하지만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7월 14일 리플에 대한 SEC의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에서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고 리플랩스의 손을 든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 리플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OKX 등 주요 중앙화 거래소에서 재상장됐다.

다만 법원은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7억 달러 상당의 리플을 매각한 것은 증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SEC와의 벌금 합의는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어쨌거나 주요 이슈를 해결한 리플은 하반기 자신들의 퍼블릭 블록체인이자 레이어1 메인넷 리플렛저(XRPL) 위에 스테이블코인인 '리플 USD(RLUSD)' 발행을 앞두고 있다.

리플랩스는 올해 4월 공식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8년 2조8000억 달러(약 378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그 수요가 분명한 만큼, 우리의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테더(USDT)와 유에스디시코인(USDC)코인 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500억 달러(약 202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잠재 수요가 높은 만큼 여전히 블루오션이란 진단에서다.

여기에 NFT 활성화를 위해 2년 전부터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자하며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생태계 확장에 열을 낸 리플랩스는 최근 이종 블록체인끼리 교환 가능한 크로스 체인 서비스 알렉사와 함께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호환 사이드체인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리플을 타 가상자산과 손쉽게 교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리플랩스는 IPO(기업공개)와 리플 현물 상장지수 펀드(ETF) 발행까지 동시에 추진하며 다각도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사잔제공=리플랩스)
(사잔제공=리플랩스)

리플, 여전히 디파이 부문에서 미미해…ETF 출시도 의문부호

다만 리플랩스가 해외 송금 솔루션 외에 디파이 생태계에서 두각을 드러낼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리플랩스는 프라이빗 네트워크에서 리플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탈중앙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탓에 사용자들에게 리플은 송금 솔루션으로만 인식됐다.

댑레이더와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XRPL에는 34개의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디앱)이 존재하며 레이어 1 프로젝트 중 24위에 그쳤다. 총 예치자산(TVL)도 211위(약 25만 달러)로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결국, 대다수 전문가는 리플랩스가 비록 자신들이 보유한 XRP 중 절반을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하며 중앙집중 이슈를 해소하는 등 탈중앙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유저 모으기와 디앱 개발에는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현물 ETF 발행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SEC가 자신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리플의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SEC가 이더리움 이후 리플, 솔라나 등 다른 알트코인까지 현물 ETF의 승인 범위를 확장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리플랩스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며 '문어발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공표한 사업들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리플랩스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댈 계획이다. 현재 리플랩스의 주 타켓이 동남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인 만큼 추후에는 사업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

10년 동안 리플랩스의 행보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다.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리플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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