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가 27일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의 휴진 결의도 잇따르면서다. 정부도 휴진을 전제로 요구하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어, 병원종사자들과 환자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에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추진을 중단하고, 전공의와 의대생 대상의 행정명령 및 처분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16일 해당 요구사항을 최초 발표했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18일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단행했다.
의협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27일 전 회원과 함께 ‘무기한 휴진’에 나선다. 의대 교수와 대한의학회 등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거쳐 향후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의사들의 구심점이 될 ‘범의료계대책위원회(범대위)’도 20일 출범한다.
의협과 별개로 의과대학 교수들도 휴진을 결의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7일부터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일주일간 휴진에 돌입했다. 연세대 의대는 이달 27일, 울산대 의대는 다음 달 4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결의했다. 가톨릭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이다. 이 밖에도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선언한 상태다.
개원가 역시 의협을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겠단 입장이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실제 휴진 참여 규모는 미지수다. 의협은 18일 휴진 참여도에 대해 “자체 파악한 휴진율은 50% 내외”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전체 의료기관 3만6059곳 중 5379곳이 휴진해 휴진율은 14.9%에 그쳤다. 정부가 모든 의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면서 27일 무기한 휴진에 참여하는 기관은 더욱 감소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사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과 의사를 압박하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라며 “의사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모두 잃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휴진율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주도하는 이번 집단행동에 전공의들은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단체는 의협의 대정부 요구안과 휴진 결정이 전공의들의 의견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라며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및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입장 표명을 신중히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의사 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병원종사자와 환자들의 피해도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 등 병원종사자 양대 노조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진료·수술이 미뤄지면서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이 고용불안과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부터 ‘집단휴진 장기화 저지를 위한 온라인 피켓팅’을 시작하고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전공의의 집단사직과 의대교수·개원의의 집단휴진을 반대한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