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들 [데스크 시각]

입력 2024-05-29 08:10 수정 2024-05-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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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4년 5개월 만에 열렸다.

협력을 강조한 3국 정상은 27일 만나 정상회의·장관급회의 정례화 등 협력 제도화 노력에 합의했다. FTA 협상 가속화 등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 확대 방안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공동선언문에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며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평한 글로벌 경쟁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유·개방·공정·비차별·투명·포용·예측가능·공평 등 지금 현실과 정반대되는 추상적 단어들이 총동원됐다.

이런 선언적 단어들을 빼고 남은 내용을 추려봤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게 없다.

네이버 라인 관련 현안 논의는 한일관계와 별계라며 우리 쪽에서 먼저 선을 그었고, 북한의 비핵화 관련 이슈도 공동선언문에서 빠졌다.

오히려 회담 당일에 일본 현지에서는 라인 관련 우리 기대와는 정반대인 일본 정부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 이슈에서도 중국 측의 다른 태도만 확인했다.

심지어 3국 정상회의가 열린 27일 중국군의 정찰 공격형 무인기가 일본의 방위식별구역에 진입하고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대응하는 등 일·중 양국 간에도 긴장감만 더 고조됐다.

협력을 위해 모였지만, 불확실하고 모호한 개념의 미래에 대한 ‘가장된(?) 혹은 형식적’ 선언만 있었을 뿐이다. 당장 시급하거나 첨예한 이해가 맞물린 사안에 대한 어떤 진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 정부 들어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의 외교정책에 대한 지적이 많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세 속에서, 치우지지 않는 실리적 접근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가 간 문제 해결의 기본은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풀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문제가 꼬여 풀리지 않을 때는 작지만 당장 급한, 그리고 구체적인 문제부터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3국 간 상황을 고려하면, 후자의 접근법이 더 필요했던 회담이다.

그런데 4년 5개월 만에, 그것도 안방에서 열린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실리를 취했는지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리가 빠진 외교는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일본, 현 정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럽다. 그렇다고 어느 쪽하고 딱히 가까워진 것도 아니다.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큰 틀의 역학구도를 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태생적으로 진심 어린 협력이나 공동선 추구가 쉽지 않다는 건 3국 모두가 안다. 오히려 3국 정상이 만나서, 어떤 거룩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어떤 큰 성과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적절한 균형감으로 일·중과의 관계 속에서 작은 실리라도 취하길 바랐다. 특히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을 위한 작은 현안이라도 챙기길 기대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일본과 중국은 우리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있다. 물론 화합보다는 견제와 반목이 더 익숙하다. 친할 수도, 친해지기도 힘들었던 관계. ‘가깝고도 먼 나라’다. 앞으로도 변하기 쉽지 않은 관계다.

그렇기에 3국 간 관계에 있어 점잔을 떨거나 고상할 필요도 없다. 각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실리를 추구하면 된다. 그게 최선이다.

작은 기대라도 가졌던 게 지나쳤나 보다. 3국 정상이 오랜만에 만나, 또 밥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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