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특별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도 혈뇨가 보인다면 방광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약 77%(사망률 23%)로 낮지 않다. 하지만 전이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5~15% 수준으로 낮다. 이 때문에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줄이고, 병기가 진행되기 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광암은 60~7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여성보다 남성의 발병 위험도가 3~4배 높다. 특히, 흡연자의 방광암 발병 위험도는 비흡연자의 2~7배에 달한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폐를 통해 몸에 흡수된 뒤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에 포함되는데, 방광이 소변 속 발암물질에 장시간 노출되면 변성이 생기고 암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방광암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3만7339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9년 4만221명, 2020년 4만1966명, 2021년 4만4145명, 2022년 4만7159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혈뇨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소변검사 이후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들은 더욱 세부적인 검진을 시행한다. 방광경(내시경)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법(MRI) 등을 통해 다른 장기로의 전이 혹은 임파선 전이 등을 확인한다.
국내 방광암은 60~70% 정도가 초기 또는 1기에 진단된다. 초기 환자는 내시경 방광 종양 절제술을 통해 검사 및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암이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만 나타나는 비근침윤성(표재성) 방광암일 경우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경요도 절제술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초기 방광암 환자라도 방광 내 재발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고위험군 환자들 가운데 10~30% 정도는 근침윤성 방광암인 2기로 진행된다.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광 내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이 경우 사용하는 약물로는 무독화된 결핵균을 이용한 면역치료제(BCG)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밖에 이용할 수 있는 약제로 ‘마이토마이신-C(Mitomycin-C)’과 ‘젬시타빈(gemcitabine)’ 등이 있다.
2기 이상의 방광암은 진행성 암인 근침윤성 방광암이다. 주변 장기로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뿌리가 깊은 2~3기 침윤성 방광암은 대부분 개복 수술을 실시해야 한다. 주로 개복 후 로봇 근치적 방광 절제술, 인공 방광 조형술 등이 진행된다.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라도 방광을 보존할 수 있는데, 경요도 내시경 하 방광종양절제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한다.
근치적 방광 절제술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수술 시간은 3~4시간에서 길게는 5~6시간도 소요돼 비뇨기계 수술 중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우선, 방광을 절제하고 필요한 경우 남자는 전립선을, 여자는 자궁을 함께 절제한다. 이어서 임파선을 절제하고, 마지막 단계는 요로전환술로 방광을 절제한 환자의 소장 일부를 잘라 인공 방광을 만든다.
태범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2기 이상의 침윤성 방광암은 공격성이 높아 2년 이내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라며 “방광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의 경우 항암 치료와 수술까지 모두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 교수는 “수술 후 방광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연은 물론, 간접흡연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도 피해야 한다”라며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과 정기적인 검사도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