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이끄는 허사비스…“노벨상 받을 발견하는 AGI 구축이 목표”

입력 2024-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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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체스 챔피언부터 구글 AI 진두지휘하기까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블레츨리(영국)/AP뉴시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블레츨리(영국)/AP뉴시스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열풍을 이끈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7) CEO를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는다.

10대 때 이미 ‘세계 2위 체스 청소년 챔피언’에 등극했고 세계적인 히트를 친 게임 개발에도 성공했다. 또 바둑 AI ‘알파고’, 신약 설계 AI ‘알파폴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의 삶의 궤적이 AI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사비스의 궁극의 목표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것이다. 언제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밀어붙이는 그는 딥마인드 직원들에게 “노벨상 받을 만한 발견을 할 수 있는 AGI를 구축해야 한다”고 독려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AI의 위험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AI 잠재적 위험을 자주 경고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공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을 가장 흠모하고 절제된 크루넥 스웨터를 즐겨 입는 허사비스의 삶을 짚어봤다.

체스ㆍ게임에 몰입…10대 때 세계 2위 체스 챔피언 등극

1976년 런던에서 태어난 허사비스 CEO는 어릴 적부터 천재로 유명했다. 네 살 때부터 10년간 종일 체스만 뒀으며, 13살 때 유소년 체스대회에서 세계 2위까지 했다고 한다. 비디오 게임에 빠진 후 17살 때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어렸을 때부터 체스와 게임을 즐기면서 두뇌가 어떻게 이런 복잡한 게임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이에 199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위를, 2009년엔 런던칼리리대학에서는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엔 영국의 게임 회사인 엘리서 스튜디오에 입사해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며 ‘공화국: 더 레볼루션’ 등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2010년 딥마인드를 셰인 레그, 무스타파 술레이만(현재 MS 소비자AI사업 책임자)과 공동 창업했다. 이어 구글이 2014년 메타와의 경쟁 끝에 약 6억5000만 달러(약 8756억 원)에 딥마인드를 인수했는데, 이 거래에서 허사비스의 지분 가치는 약 1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를 비롯한 구글 리더들은 허사비스에게 돈 걱정 없이 AGI 개발을 추진하도록 독려했다. 이에 허사비스는 직원들에게 노벨상을 받을 만한 발견을 할 수 있는 AGI를 구축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AG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1∼2가지 중요한 돌파구가 더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10년 내 실현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둑 AI ‘알파고’, 신약 설계 AI ‘알파폴드’, 생성형 AI ‘제미나이’ 등 선봬

구글에 인수된 후 허사비스가 올린 가장 큰 성과는 바둑 AI ‘알파고’ 개발이다. 2017년 인간을 처음으로 이긴 바둑 AI로 전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키며 AI 시대의 막을 열어젖혔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별칭 중의 하나는 ‘알파고의 아버지’다.

바둑으로 시작한 알파 시리즈는 이제 단백질을 분석하고 신약 설계에 참여하는 수준까지 도약했다. 2021년 출시한 ‘알파폴드’는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생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허사비스는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와 “끔찍한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약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10년에서 앞으로 몇 달 정도로 단축되길 희망한다”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AI가 디자인한 약을 병원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현재는 구글의 최신 생성형 AI인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구글 AI를 이끄는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작년 4월 자체 AI 연구허브인 ‘브레인’을 ‘딥마인드’에 통합시켰고 리더로 허사비스를 지명했다. 브레인을 이끈 제프 딘과 허사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두 팀의 협업 방식에 대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가 허사비스에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AI, 과학 위한 도구로 활용 vs 오픈AIㆍMS의 이용자 친화 중점

현재 생성형 AI 개발 경쟁은 오픈AI와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양자 대결 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AI가 2022년 12월 대화 전문 AI 챗봇 챗GPT를 내놓으면서 MS가 더 앞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당시 허사비스는 챗GPT 수준과 일반 사용자들의 수용성에 놀랐다고 한다. 당시 오픈AI와 MS 등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등 이용자 친화적이며, 대중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었다. 반면 허사비스는 ‘AI를 과학을 위한 궁극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

챗GPT 인기가 고조되자 구글은 지난해 3월 생성형 AI 서비스 ‘바드’를 긴급 출시한다. 이어 그해 12월 구글은 새로운 대형언어모델 ‘제미나이’를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2월 AI 통합 브랜드를 만든다면서 바드를 ‘제미나이’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딥마인드 창업 초창기부터 AI 위험 경고…머스크에도 영향

AI 선구자인 허사비스는 일찍부터 AI 위험성을 경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콜린 머독 딥마인드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초창기부터 AI 기술은 매우 유망한 기술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AI 기술에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지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공개석상에서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머스크가 AI 위험성을 인지한 것도 허사비스와의 첫 만남이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허사비스는 2012년 머스크를 만나 AI 위험성을 경고했고, 이에 동조한 머스크는 줄곧 AI 위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머스크가 비영리형태로 샘 올트먼 CEO와 오픈AI를 출범에 함께한 것도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되자 위험성을 느낀 것이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허사비스는 FT 인터뷰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AI에 막대한 투자가 쏟아지는 데 대해 놀라운 과학적 진보는 가려지고, 가상자산(암호화폐)처럼 과대광고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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