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發 번호이동 지원금 압박에…이통3사 ‘누가 먼저’ 시장 시끌

입력 2024-03-19 17:24 수정 2024-03-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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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만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내건 이통3사 압박
대통령실 “통신사의 책임 있는 노력 촉구” 발언
방통위, 이통3사·제조사 임원 불러 지원금 인상 요청
정책시행 일주일도 안돼…“정부, 성과에 일희일비” 비판

정부와 이동통신 3사 간에 ‘최대 50만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규모를 놓고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4월 총선을 의식해 “추가 노력 해달라”며 지원 규모 확대를 주문하자, 업계는 “성급한 정책” 실행으로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했다. 통신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마케팅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동 통신사를 갈아타는 이른바 ‘메뚜기 족’ 등 통신 사업 불안정성도 문제다. 전환지원금은 소비자가 통신사를 바꿀 경우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외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신규 지원금이다. 16일부터 개정 시행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하위 규정에 따라 통신사를 옮겨 번호를 이동한 고객은 최대 5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전날 이통 3사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 임원들을 소집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상향 지급을 요청했다. 이날 기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은 최소 3만 원에서~최대 13만 원(아이폰 14, KT) 수준의 전환지원금은 책정하고 있다.

KT는 최소 5만 원에서 13만 원, LG유플러스는 3~1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50만 원 지원금’은 찾아볼 수 없다. 지원금 규모 자체도 크지 않지만, 해당 지원금을 받으려면 9만~10만 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대통령실에서는 18일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적 고통이 가중된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통 3사는 대통령실의 발언 이후에도 이전에 내건 전환지원금을 그대로 유지했다. 13일 도입된 개정안에 따라 통신 3사는 매일 0시에 지원 액수와 혜택 기종 등을 공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막 정책이 도입된 상황에서 매일 유연하게 지원금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을) 매일 공시할 수 있지만 매일 공시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면서 “지원금이 매일 변동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이 올 수 있다. 마케팅 정책의 일환이므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전산시스템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제정 당시에도 전산 구축에 4개월이 걸렸다”면서 “전환지원금도 현재 대리점마다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증명서를 수기로 작성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마케팅 정책을 펴기 위해 실무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정부가 성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이 제정된 배경을 살펴보면, 정부가 압박하지 않아도 결국 누구 하나가 나서거나 어떤 트리거가 발생하면 서로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총선 이전이라서 그런지 정부가 하나하나 눈앞의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 이슈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의제였다. 다가오는 4월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ICT와 과학기술 분야 핵심 공약으로 휴대폰 구매비용 절감 등을 내세웠다. 야당은 지난 6일 통신비 세액공제 및 단통법 관련 법제 마련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홍 교수는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위해 자꾸만 통신사를 압박하면 오히려 과도한 경쟁이 붙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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