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올해 AI 메모리칩 핵심 기술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

입력 2024-03-07 16:49 수정 2024-03-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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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 강화 박차
전체 설비투자 10분의 1 투입
급증하는 HBM 수요 충족
이강욱 부사장 “다음 50년 패키징이 전부 될 것”

SK하이닉스가 올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 달러(약 1조3315억 원)가 넘는 돈을 베팅한다.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패키징 개발을 이끄는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반도체 제조 최종 공정을 강화·개선하기 위해 국내에서 올해에만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계획은 HBM이 최근 수요가 급증한 AI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HBM은 칩을 겹겹이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과 연결해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를 구현하는 고성능 메모리의 일종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 투자 예산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애널리스트들은 평균적으로 올해 약 14조 원 남짓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패키징 사업이 전체 예산의 1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SK하이닉스가 해당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공정 혁신은 전력 소비를 줄이고, 성능을 향상시키며,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선공정(반도체 자체의 설계와 제조)에 관한 것이었다면 다음 50년은 후공정, 즉 패키징이 전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이 부사장은 HBM의 3세대 기술인 HBM2E를 패키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는 데 일조했으며 이런 혁신은 SK하이닉스가 2019년 말 엔비디아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핵심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의 표준 설정 AI 가속기에 HBM을 공급하는 회사로 선정되면서 기업가치를 119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신규 투자의 대부분을 새 패키징 방식인 MR-MUF와 TSV 기술 고도화에 할당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SK하이닉스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산지브 라나 CLSA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준비가 잘 돼 있다”며 “그들은 기회가 왔을 때 양손으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낮잠을 자고 있다가 잡혔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반격에 나서고 있어 HBM을 놓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현존 최고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의 5세대 HBM 12단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세계 시장 점유율이 54%에 달했고 삼성이 41%, 미국 마이크로인 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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