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의료계 '파업 코인', 이제 상장폐지가 필요하다

입력 2024-0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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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취지발언을 하고있다. (뉴시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취지발언을 하고있다. (뉴시스)

주식이나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패가망신하는 과정은 대체로 유사하다.

처음에는 소액 투자로 재미를 본다. 그렇게 무패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투자액을 조금씩 늘린다. 마지막에는 인생 역전을 목표로 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고위험 종목에 투자한다. 대개는 그 끝이 상장폐지 내지는 급락이다. 몇몇은 돈을 따지만, ‘돈맛’을 본 이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다른 고위험 종목에 재투자한다.

돈을 잃어본 적이 없다는 건 투자에서 독이다. 운이 좋았던 걸 실력으로 착각한다. 과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저 없이 목돈을 던진다. 투자는 그렇게 인생을 건 도박이 돼간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집단행동 움직임의 배경 중 하나도 무패 경험이다. 의료계가 단체행동으로 정책을 철회시키거나 입법을 무산시켰던 사례만 따져도 ‘9전 전승’이다. 사소한 희생도 없었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는 보건복지부가 파업을 주도하거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사 10명을 고발했으나, 단체행동 철회를 조건으로 한 의협과 합의 과정에서 취하했다.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과대학생들에게는 재응시 기회를 줬다. 그렇게 의료계는 잃은 것 없이 의대 증원 백지화를 이끌었다.

국회나 정부가 정책을 철회했던 건 의료계가 무서워서도, 의료계의 논리가 타당해서도 아니다. 그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태에서도 논리적으론 정부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 의대 정원이 동결된 19년간 의료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총인구가 250만여 명 증가한 데 더해 가파른 고령화로 의료 이용 건수도 급증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의사 공급이 지역별로는 수도권, 과목별로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에 쏠리면서 의료 편차가 심해졌고, 종합·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족한 의사를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대리수술, 음주수술 등의 배경 중 하나도 의사 공급 부족이다.

이번에도 의료계에 희생 없는 1승을 쌓아준다면, 그 결과는 더 큰 배팅일 것이다.

안 그래도 집단은 개인보다 비합리적이다. 목소리가 큰 소수에 의해 집단 내 여론이 형성되면 집단을 대표하는 이는 그 여론을 대변한다. 그게 비합리적일지라도 그렇다. 집단이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면 반대하는 이들도 따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집단이 정당과 노동조합이다. 집단은 개인보다 목적을 달성하기 쉽다. 그래서 더 쉽게 승리하고, 자아도취에 빠진다.

이미 의료계는 협회란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다가올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단체행동을 교사하거나, 명령을 어기고 단체행동을 강행한 집단·개인에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의료계도 잃는 것이 있어야 자신들의 무모함을 알고, 합리적인 대응을 고민할 것이다. 이를테면 명분 없는 파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파업 코인’ 상장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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