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공격 권유’ 트럼프에 동맹국 경악 [커지는 미국 대선 후보 리스크]

입력 2024-02-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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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유세서 “나토 돈 더 안내면 러 침공 격려할 수도”
기존 ‘안보 무임승차론’서 한 발 나아가
나토 “누가 대선 이기든 미국 헌신적 동맹국 남아야”
바이든 “끔찍하고 위험”
글로벌 안보지형 급변 우려 제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 대선 후보 경선 유세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콘웨이(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콘웨이 대선 후보 경선 유세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콘웨이(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서방 동맹국들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토는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이 떠받치고 있다. 트럼프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실제 이를 행동에 옮긴다면 글로벌 안보지형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경선 유세에서 “나토 회의에서 한 대통령이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독일, 폴란드 등의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나토 인사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독일 외교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나토의 신조인 ‘모두를 위한 하나’가 미국 앵커리지부터 튀르키예 에르주룸까지 9억5000만 명 이상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도 X에 “어떤 선거 운동도 나토 통합을 훼손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며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미국은 강력하고 헌신적인 나토 동맹국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면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미국, 영국 등 11개국만 이를 지켰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미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각국에 분담금 지출 확대를 촉구하며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기존 ‘안보 무임승차론’과 차원이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31개 회원국이 가입한 나토는 다른 회원국에 대한 무장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체계가 핵심이다. 나토 군사력의 대부분을 미국이 떠받치는 상황에서 공격당한 나토 동맹국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나토 무력화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미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지킬지에 의구심이 제기됨으로써 회원들이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의 적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안보 협정을 모색하도록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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