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 2학기부터 밤 8시까지 초등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전국에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현장 교사의 97.1%가 교내 늘봄지원실 설치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늘봄학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5877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학교 늘봄지원실 설치 계획’에 대해 97.1%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교사들의 반대는 늘봄학교 정책 추진을 위한 인력과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온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는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원 2000여 명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맡기고, 2학기부터는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설치, 학교마다 이를 관리할 인력을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교조는 “설문에 응답한 교사들은 ‘인력, 재정, 공간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무작정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것은 학교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응답했다”면서 “교육부는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겠다는 대책만 내세웠고, 구체적인 실행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늘봄학교와 관련해 전교조는 △늘봄을 포함한 방과후 및 돌봄 업무 전체를 교사 업무에서 전면 배제 △늘봄 운영 시간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교사 책임 배제 △전국 교육지원청에 방과후돌봄지원센터 설치 및 역할 강화 △늘봄 신청교에 전담 인력(교사 제외) 1인 이상 배치 △겸용교실 금지 등을 요구해왔지만, 이 같은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결국 최종 계획에서 업무 배제와 관련된 일부 요구만을 제한적으로 수용했는데, 이마저도 기간제 교사에게는 업무를 부과하겠다며 비정규직 차별 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간제교사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전날 전교조 기간제특별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비정규직 행정인력으로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교육부의 구상은 불가능하다”면서 “급박한 수요에 의해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더라도 급별 자격증의 불일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에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늘봄학교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육부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영역인 ‘늘봄’을 학교 업무로 끌고 왔고 교육청은 인력이 없다며 교사에게 업무를 시키고 있다”며 지자체가 늘봄학교 정책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간제교원도 교사인데 교사들을 늘봄학교 업무에서 배제하겠다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교육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1학기 전국 2000여 개 초등학교에 우선 도입하고 2학기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대상 학년은 올해 1학년, 내년 1~2학년, 2026년 모든 학년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