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안정 추구" vs "고교학점제 무력화"…깊어지는 대입개편 ‘장외 여론전’

입력 2023-10-30 15:51 수정 2023-10-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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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서울서 두 번째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

“입시, 안정 중요…아스팔트 다리라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대입 개편 시안 철회해야...내신·수능 절대평가로”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교육부가 '2028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유정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교육부가 '2028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유정 기자)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을 두고 교육부와 시민단체 등의 장외 여론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대전 유성구에서 진행된 설명회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설명회 현장에는 최소한 25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참석했다. 100여 명이 참석했던 대전 설명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다. 시민단체들은 설명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2028 대입 개편안 시안 철폐를 요구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교육부가 '2028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이 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교육부가 '2028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이 시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교육부에서 대입 제도를 담당하는 정성훈 인재선발제도과장은 이날 “2028 대입 개편 시안과 관련해 여러가지 추측과 오해들이 겹쳐지면서 불안함을 유발하는 게 있다”며 “직접 설명드리고 오해 해소하기 위해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일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영역이 선택 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치러지며, 2025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은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꾸고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개편 시안에 대해 ‘공정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입장이다. 정성훈 과장은 수능에서 선택 과목 없이 통합 수능을 치르기로 한 것을 두고 “이렇게 되면 선택 과목 없이 동일한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하게 돼, 약 50만 명의 응시자들이 모두 다 응시해서 공정하게 점수가 나오게 된다”며 “공정하게,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성’도 놓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육 정책은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입시는 그중 최고봉”이라며 “돌다리가 아닌 아스팔트 다리라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5등급제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내신에서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면 성적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려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2022 수능을 치렀다는 한 대학생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데도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유희승 교육부 기초학력진로교육과장은 “상대평가를 해도 수업을 잘 안 듣는 학생들이 있는데 절대평가를 하면 수업을 잘 들을지 되묻고 싶다”고 답했다. 정 과장은 “절대평가로도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절대평가 자료를 보고 평가 기준을 사후에 만들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대입 계획 시행은 안정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자료를 갖고 평가 기준을 만들려면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시민단체 “고교학점제 무력화...시안 철폐해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 앞에서 '상대평가 확대하는 2028 대학입학제도 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 앞에서 '상대평가 확대하는 2028 대학입학제도 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시민단체는 이날 설명회 시작 전 글래드호텔 앞에서 대입 시안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는 “이번 시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고교학점제 무력화, 사교육 폭증, 경쟁교육 고통 심화 등을 심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교육부가 대전에서 진행한 설명회에서 밝힌 2028대입개판 시안의 논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 학년 5등급 상대평가를 하기로 한 것의 근거로 ‘학생들이 수업참여 동기를 상실하고 과도한 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걱세 등은 “9등급제에서 상위 4% 학생에게 주던 1등급을 5등급제로 바꾸어서 1등급을 주는 학생들을 10%로 늘리면 1등급을 위한 경쟁 압력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가 ‘내신 9등급제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한다’고 한 것을 두고 이들은 “고교학점제를 하고 있는 그 어느 국가가 학교에서 상대평가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독일, 영국, 핀란드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 중국조차도 학교에서만큼은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시안은 학교 교육을 절대 되살릴 수 없다”며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철회하고 과도한 대입 경쟁 및 사교육 고통을 야기하는 고교내신과 수능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달 9일과 10일 각각 호남권(광주)과 영남권(부산)에서 학부모 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한다. 이어 20일에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2028 대입개편 시안 대국민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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