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도 정당방위 인정된다”…헌재, ‘檢 기소유예’ 취소

입력 2023-09-06 12:03 수정 2023-09-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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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할 땐
자신을 보호하려는 ‘저항수단’ 허용돼”

남편의 폭행에 대항해 손톱으로 남편의 팔을 할퀸 아내에게 폭행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최근 ‘묻지 마 범죄’ 등의 확산으로 정당방위 성립요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는 거친 몸싸움을 동반한 부부싸움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9인 재판관 전원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9인 재판관 전원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9인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부부싸움 과정에서의 폭행이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검찰이 청구인에 한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청구인은 2021년 1월 22일 집에서 남편인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112 신고를 하기 위해 피해자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 부위를 할퀴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피의 사실로, 같은 해 5월 21일 인천지방검찰청으로부터 폭행 혐의에 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아내는 2021년 8월 20일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걸린 헌재 상징. (박일경 기자 ekpark@)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걸린 헌재 상징. (박일경 기자 ekpark@)

실제 이 사건에서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는 폭행을 당해 약 28일간 치료가 필요한 비교적 중한 상해를 입었다. 아내는 이에 저항하며 남편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한 차례 할퀴었다.

헌재는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구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수사 미진, 법리 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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