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탄핵 심판 선고
재판관 6명 이상 찬성 땐 ‘파면’
‘기각‧각하’ 되면 즉시 직무복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0‧29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는 탄핵 심판 결과가 25일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연다. 국무위원인 현직 장관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되기는 75년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장관 탄핵 심판은 올해 2월 8일 국회 의결로 청구돼 4월 두 번의 변론준비 기일을 가진 뒤 5~6월 4회에 걸쳐 공개 변론을 열 정도로, 탄핵 소추를 의결한 국회 측과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된 이 장관 측 대리인 사이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심판사건은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 결정의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전부 여섯 차례 진행된 재판에서는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해 재난예방 대책을 수립‧시행했어야 함에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사전 재난예방 조치의무를 여겼는지 △헌법상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1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소속 의원 전원과 무소속 의원 7인 등 총 182인 의원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이 장관의 파면 처분 사유와 당위성을 설명한 탄핵심판 최종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야(野) 4당은 최종 의견서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의 법률대리인단은 “파면당할 만큼 중대한 위법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헌재 판단에 있어 관건은 이 장관의 법 위배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이다. 헌재의 기존 판례상 탄핵을 위해선 단순히 법 위반이 있었는지에 그치지 않고 ‘법 위반의 중대성’까지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이 장관에게 헌법‧재난안전법‧재난안전통신망법‧국가공무원법 등 실정법을 어긴 구체적인 사례가 존재하는지가 탄핵을 가를 중대한 심판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학자는 “행안부 장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분명한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 주요 쟁점에서 헌재를 충분히 설득시켰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7일 4차 변론을 마친 헌법재판관들은 한 달가량 관련 쟁점을 논의하는 평의 절차를 이어갔다. 이번 선고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피청구인의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파면된 사람은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나오면 이 장관은 직무에 즉시 복귀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네 차례 변론이 진행될 때마다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