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주가조작…방법없나 [세력, 계좌를 탐하다]④

입력 2023-06-07 16:00 수정 2023-06-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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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6-07 15: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부당이득액 산정 어려워…기소단계부터 형량 감소 요인”
“금융당국 1차 행정제재 권한 제약적”
“공매도 규제가 SG사태 더 키워”…“상품 규제에만 초점, 유동성 감소 우려”

불공정거래는 증권거래의 비대면성으로 피해가 쉽게 확인되지 않아 가해자가 느끼는 죄의식은 부족한 반면, 부당이득 규모는 큰 탓에 끊이지 않고 있다. 적발되도 기대되는 수익에 비해 처벌이 약하고, 부당이득 수익을 온전히 환수하지 못하는 현행 행정 및 사법제도의 허점 역시 불공정거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양석조(왼쪽부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양석조(왼쪽부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국내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 양형 기준에 따라 부당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원 이상의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 191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34%에 불과하다.

“부당이득 환수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주가조작을 줄이기 위해선 주가조작에 따른 부당이득 환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부당이득액에 따라 형이 가중되는데, 부당이득액을 확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 이후 대법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부당이득과 위법행위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부당이득 산정 구조를 바꿔서 주장하는 것들이 다 안 받아들여졌다”며 “검찰이 벌금 5억 원 미만의 기본형 밖에 구형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가조작 기간이 길어지면 주가에 영향을 미친 온갖 요소들이 다 들어오면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기소단계에서 부당이득액이 떨어지고, 재판 과정에서 실형도 3분의 1로 줄어들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감소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를 역임한 김정수 금융법전략연구소 대표 역시 부당이득액 산정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부당하게 번 돈을 뺏으면 그런 동기가 사라질 텐데, 그만큼 많이 남기 때문에 주가조작이 반복되고 있다”며 “부당이득을 검사에게 입증하라고 하는데, 사실상 부당이득액 계산이 어려운 점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금융당국이 행정제재들이 제약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 특성상 증거입증이 어렵다. 상고·항소를 하다보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더욱 어려워진다”며 “이런 상황속에서 기소나 수사권한을 사법당국이 많이 가지고 있다보니 미국, 일본, 영국 등 불공정거래를 제지할 방법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와 비교해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확연히 적다”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의 감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 교수는 “지금까지 단기간으로 봤던 불공정거래 감시시스템을 장기로 늘려야 한다. 또 주가 관여율이나 개입강도 비중이 커야 적발했던 것도 기준을 더 낮게 잡아 감시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그동안 별문제 없던 것들도 다 혐의 거래로 적출돼 들여다봐야 하는 수고로움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감시 영역은 넓히되 인력과 시간의 한계를 고려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감시가 이뤄지도록 감시 기법과 분석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왼쪽부터)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수 금융법전략연구소 대표. (이투데이)
▲(왼쪽부터)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수 금융법전략연구소 대표. (이투데이)

SG사태, 금융당국에 숙제 안겨준 사건

전문가들은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에 굉장히 큰 숙제를 안겨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시장감시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알고 이를 뚫었고, 피해자 중에서도 공범과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탓이다.

성 교수는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의 주가조작 사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도 안 했던 수법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일부는 공범이면서 피해자가 섞이는 구조로 혐의자 특정이 굉장히 어려워졌다”라며 “계좌와 스마트폰까지 개설해 통으로 일임했다고 하면 순수한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 교사범도 있고 방조범도 있어서 구분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공매도 규제가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과도한 주가 상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규제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부터 코스피 200,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매도를 다 막아버려서 (SG증권 연루 종목들의) 주가가 몇 배 올라도 매도 세력이 안 나타났다”며 “주요국 증권시장에서 우리나라처럼 공매도를 막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수법으로 활용된 CFD(차액결제거래)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경우 (주가조작의) 도구로 활용된 상품·기법 등을 더 규제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와 같이 상품들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규제가 많아져 오히려 거래량(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적은비용으로 시세조종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 유사투자자문·불법리딩방 주의해야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불법의 온상으로 떠오른 ‘유사투자자문업체’와 ‘불법 리딩방’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들이 외부세력과 짜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후 회원에게 물량을 떠넘기며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나 카톡 리딩방, 유튜브, 증권방송 등을 이용해 종목 추천 이전에 선행매매를 하는 등 다수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및 투자자문업체에 접근하고자 할 때는 우선 신고된 업체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계약 체결 이전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홈페이지를 통해 대상 업체가 신고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계약내용과 해지·환급 관련 비용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하고, 고액계약을 유도하는 부분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고액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해지불가 조건을 부과하는 등 부당하게 환불을 제한할 경우 금전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은 △리딩방 운영자의 선행매매 가능성 △리딩방 운영자의 시세조종행위 가담 위험 △리딩방 운영자의 미공개 정보 관련 매매권유 △허위 과장광고 및 이용료 환불 거부 등 금전손실 등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딩방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불공정거래 세력의 손쉬운 사기 대상이 되어 거액의 투자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자신도 모르게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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