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흔들던 코로나19 치료제 열풍이 엔데믹에 잦아들면서 소수 기업만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다. 국산 2호 코로나19 치료제의 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치료제를 아직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상업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허가당국의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임상 지표 달성은 어려워지면서 갈수록 개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동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제넨셀 등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일동제약은 연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심사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의 ‘엔시트렐비르’는 1일 1회 5일간 복용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했다. 일본에선 이미 ‘조코바’란 이름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을 검토 중이다.
시오노기제약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기회감염 학술대회(CROI 2023)에서 엔시트렐비르의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에 대한 효능을 공개했다. 복용 6개월 후까지 기침, 인후통, 권태감, 미각·후각 이상 등 14가지 특징 증상 중 하나라도 2회 이상 연속적으로 확인된 환자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으며, 집중력·사고력 저하, 불면증 등 4가지 신경계 관련 증상이 하나라도 발현된 환자 비율도 위약 대비 33% 낮았다.
오미크론에 대한 효능은 물론 롱코비드 효능까지 확인돼 국내 허가심사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허가를 획득하면 일동제약이 단계적인 기술이전을 거쳐 제조·판매하게 된다.
현대바이오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CP-COV03’의 임상 2상 환자 300명에 대한 투약을 완료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연구자 임상을 통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등 다른 적응증에 대한 효능이 확인되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결과를 활용해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로 개발한단 계획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른 적응증으로 치료범위를 넓힐 땐 바로 임상 2상 진입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제넨셀도 ‘ES16001’ 국내 임상 2상 환자 투약을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분석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글로벌 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넨셀은 인도에서 2/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경구용 치료제가 주로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주사제는 중등증~중증 환자를 타깃한다. 셀리버리와 샤페론 등이 개발 중이다.
셀리버리는 미국에서 내재면역제어 면역염증치료제 ‘iCP-NI’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약은 바이러스의 호흡기 감염으로 발생하는 염증으로 인한 폐 손상 및 사망을 치료하는 주사제이다.
회사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은 낮아져도 사망자는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외에도 ‘iCP-NI의 후속 적응증으로 아토피피부염, 패혈증 등의 임상 2상도 준비 중이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하고, 연내 미국 2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라면서 “하반기에는 임상 파이프라인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기술이전 협상 등도 활발히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샤페론은 ‘누세핀’의 다국가 임상 2b/3상 환자 등록을 지난 1월 완료했다. 독자적인 염증복합체 억제제 기술이 적용된 누세핀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추는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면서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제 임상은 환자모집과 임상지표 달성에 난항을 겪는다. 앞서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 대원제약, 대웅제약, 일양약품 등 다수 기업이 개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중증화율 방지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했는데 중증까지 가는 환자들이 점점 줄면서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라면서 “항바이러스 효능을 살려 다른 바이러스로 바꿔서 개발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