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정자 논란’ 예탁원 사장 후보 3인 가닥 잡히자…노조 반발

입력 2023-02-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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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노동조합, 서울 여의도 사옥서 집회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후보 3인 포함
"예탁원 주요 업무인 자본시장과는 무관해"
예탁원 직원 대상 설문조사 80% '관료 출신' 선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1층에서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진행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1층에서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진행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예탁결제원을 뭘로 보고 팀장급 연구원을 사장으로 내정한단 말입니까. 차라리 자본시장 (업무라도) 잘하는 모피아 받을 테니, 사장 내정자는 직원들 자존심 상해서 도저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15일 제해문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1층에서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열고 "이순호 낙하산 내정자 지명을 반드시 철회할 수 있도록 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예탁원 직원 60여 명을 비롯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장, 여수신업종본부장, 생명보험업종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공모에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보험연구2실 실장) 내정설이 제기된 데 이어 전날 신임 사장 후보 3명에 이 연구위원이 포함되면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최근 사장 공모에 응모한 후보자 11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면접 대상자를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보험연구2실 실장), 박철영 한국예탁결제원 전무이사,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등 3인을 면접 심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임추위는 오는 22일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이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종 후보자 1인을 추천할 계획이다. 최종 예탁결제원 사장 임명권은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사장 후보를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1층에서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진행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서울사옥 1층에서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진행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김 위원장의 승인이 확정되면 예탁결제원은 10년 만에 비관료 출신 사장을 맞이하게 된다. 기존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행정고시 제33회에 합격해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조사심의관 등을 거쳤다. 유재훈 전 사장(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병래 전 사장(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모두 금융위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재직 중이다. 작년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분야 싱크탱크에 구성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연구위원의 대선 캠프 활동에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창인 김 부위원장과의 인연이 배경이 됐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노조 측은 "은행법 전문가인 이순호 씨는 예탁원의 주요 업무인 자본시장과는 전혀 무관하고, 행정 경험은 물론 조직생활도 경험한 적 없는 팀장급의 연구원에 불과하다"며 "예탁원 사장 자리를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친구 찬스'는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신임사장 선임과 관련해 예탁원 직원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501명의 80%가량이 신임 사장을 민간 연구원이 아닌, 정치인 또는 금융위 관료 출신으로 선호했다. 자본시장 관련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진 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위원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연대사를 낭독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순호 씨를 대선 캠프에서 대통령 옆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앉히는 걸 보면서 저들이 얘기하는 공정과 상식이 이런 것인지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탁원 노조는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오는 17일과 23일에도 각각 용산구 대통령실과 부산 한국예탁결제원 본사 앞에서 '사장 내정자 철회 및 재공모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존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30일 만료됐지만, 차기 사장 선임이 진행되는 당분간 지속한다. 예탁원은 이르면 이달 내로 신임 사장 취임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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