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예산 삭감 철회하라” 진료실 떠나 국회 온 의사들

입력 2023-01-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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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만들지 않을 바엔 차라리 문을 닫아라”…당초 약속보다 후퇴해 분노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와 총동문회는 국회 앞에서 국립의료원 신축·이전 축소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와 총동문회는 국회 앞에서 국립의료원 신축·이전 축소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기획재정부에서 축소한 예산으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미충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이전과 관련해 당초 계획보다 병상수와 사업비를 축소하겠다는 기획재정부에 대해 반발하며 31일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나와 국회 앞에 모였다.

의료원 신축·이전 부지는 2020년 서울 중구 방산동(미국 공병단 부지)로 결정됐다. 2021년 의료원 모병원(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전문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확정됐지만, 기재부가 올해 초 모병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축소했다. 병상 수가 1050병상에서 760병상으로 감소하면서 예산도 약 1조2341억 원에서 1조1726억 원으로 615억 원 가량 줄었다.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 회장은 이날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 시 국가 중추 의료기관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 기재부에서 발표한 NMC 이전 사업 축소 결정은 현재의 병원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에 예산 삭감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제대로 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지방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적정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1000병상 이상의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재부가 축소한 사업 규모로는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적정 의료제공이 불가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MC를 제대로 만들지 않을 바엔 차라리 문을 닫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필자 NMC 총동문회 회장은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내용에서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끼며 이제라도 정부가 예산 삭감 계획을 철회하고 NMC를 제대로 세워달라”면서 “이번에도 제대로 만들지 않을 바엔 차라리 문을 닫고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를 만들라. 수준 낮은 국가 병원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만 키우고 의료취약계층에게 해가 될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기재부에서 사업 축소 이유로 낮은 병상 이용률을 근거로 든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 때 입원해 있는 기존 환자를 억지로 내보내가며 감염병 대응을 하게했는데 제2, 제3의 코로나는 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이렇게 예산을 삭감하면 감염병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NMC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기재부가 축소한 규모로는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다. 이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한다. 최안나 NMC 전문의협의회 대변인은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좋다.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NMC는 감염병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때도 있고, 사회적 약자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도 한다.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알아 달라”며 “NMC를 이렇게 축소하고 필수의료가 괜찮은지 궁금하다. 안타깝게 구체적인 미래 비전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NMC는 의사 수도, 장비도 부족하다. 젊은 의사들이 국가 병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들어와도 나갈 수밖에 없다. 말만 국가 병원이지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17명이 관뒀다. 질 높은 필수의료를 구현하고자 왔는데 좌절만 할 뿐이다.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지 못하면 이 현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다.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거리에 나온 의사들은 온라인으로 국민들의 지지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로했다.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올 때까지 피켓시위 등도 이어간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3월 설계에 들어가 2027년 완공된다. 3월 이전에 계획이 변경되지 않으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국립중앙의료원이 설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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