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표 ‘공동부유’ 역풍...‘제로 코로나’ 풀었더니 ‘엑소더스’

입력 2023-01-26 14:01 수정 2023-01-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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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구입 문의, 새해 들어 55% 급증
경제활동 재개 후 이민 상담 문의 4배 늘어
중국 떠난 부자 수, 러시아 이어 세계 2위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후 자본 ‘엑소더스(대탈출)’에 가속이 붙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기치로 지난 3년간 각종 산업을 전방위로 압박한 후폭풍이다. 정부의 옥죄기 정책에 질린 ‘울트라 슈퍼 리치(Ultra Super Rich)’들이 중국을 등지면서 당국의 경기부양 노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여행 목적이 아니다. 부동산을 매입하고 이민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기업 주와이IQI는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문의가 2021년 26%, 2022년 11%씩 감소했다가 올해 들어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민 문의도 급증했다. 투자 이민 컨설팅 기업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한 후 이민 상담 문의가 4배 이상 늘었다. 캐나다 이민 법률 회사인 소비로브스의 수석 변호사인 페루자 드자말로바는 “중국인들의 이민 상담 예약이 대폭 늘었다”며 “이들은 가능한 한 빨리 이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자들의 ‘엑소더스’는 지난해부터 시동이 걸렸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앞세워 기술ㆍ부동산ㆍ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단속을 강화하자 최고 부자들부터 짐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뉴월드웰스 분석 결과 작년 중국을 떠난 부자들의 수가 1만800명에 달했다. 2019년 이후 최고치이자 세계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홍콩의 이민 변호사 데니 코는 “부자들이 수년간 비상계획을 마련해 왔다”며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적은 상위 중산층 사이에서도 이민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상류층의 탈출 움직임은 더 가속화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시 주석이 법을 개정해 1인 독주 시대를 열자 억압 통치가 강화할 것을 우려한 부유층이 경제 재개방을 기회로 탈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 최상위층이 자본을 해외로 빼내면서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작년 9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부자 수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5000만 달러(약 616억 원) 이상을 보유한 중국인이 3만2000명이 넘는다.

나타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중국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매년 약 1500억 달러의 자본유출에 직면했는데 올해는 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위안화 가치에도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유층의 엑소더스는 자본과 함께 인재도 떠난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인력은 생산성과 직결되고 생산성은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인인 만큼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경제 앞날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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