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실적 발표의 첫 테이프는 매번 그랬듯이 삼성전자가 끊었다. 결산일 종료 후 5영업일에 실적 발표를 해왔는데 올해도 역시 그랬다. 1월 6일에 공시된 잠정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연간 매출액은 301조8000억 원으로 2021년 279조6000억 원 대비 약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3조40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16%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의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연간 매출액은 83조50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13%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50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13%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연초부터 두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공시가 나오자 재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지만, 다행히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9일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21년 대비 각각 43%, 58% 성장했다고 공시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기업들이 공시하는 잠정실적 자료에는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펀더멘털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담긴다. 당기와 전기의 1년 치 실적도 있고 최근 4분기와 3분기의 자료도 있어서 서로 비교해서 살펴봐야 한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하반기에 기업들이 과연 사업을 잘했는지가 가장 궁금할 테니 어느 해보다 4분기 실적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 60% 감소했고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1%, 55%나 감소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이익 감소 추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후 공시할 다른 기업들도 좀 걱정이 된다. 단, 4분기는 거액의 성과급이 일시에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다른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은 2022년 호실적에 대한 대가이므로 기업들이 얼마나 지급할지는 결산을 진행해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보통 성과급을 회계 기간이 종료된 2023년 1분기에 지급한다. 소속된 구성원들의 통장에는 올해 돈이 들어오지만, 회계적으로 비용처리는 2022년 4분기에 이루어진다. 그러니 4분기 영업이익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3분기까지 잘 나왔던 기업의 영업이익이 4분기에 갑자기 줄어들고 이익률도 낮아질 수 있다.
현재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성과급은 전년도 대비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즉 예년 대비 성과급이 줄어들었음에도 영업이익이 많이 감소했다는 것은 정말 4분기가 여의치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기업마다 다르다. 시설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반도체 기업은 고정비가 많은데 매출액 성장이 둔화되어 이익에 부담을 준 것이고 원재료비 지출이 많은 가전이나 이차전지 기업은 판매가격과 재료비 간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마다 변동비, 고정비 비중이 달라서 자세한 원인 분석은 3월 전후에 공시되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로 해봐야 한다.
잠정실적이 발표되는 2월까지는 4분기의 매출액 증가율이 연간 매출액 성장률보다 얼마나 둔화했는지, 그리고 영업이익 감소율이 예년보다 커서 정말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물론 큰 폭의 감소가 없거나 오히려 성장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잠정실적 발표 때 4분기 실적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올해 산업별 기상예보와 3월에 공시되는 사업보고서 분석을 통해 투자 종목을 면밀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어려워지는 주식시장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실적이 최고의 재료가 된다. 투자자는 꾸준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집중해야 하므로 이런 분석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