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분양 주택이 지난달 말 기준 1000가구 규모에 근접했다. 기존 미분양 물량 적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서구에서 100가구 이상 미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특히 미분양 물량 대부분은 전용면적 60㎡형 이하 소형평형에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미분양 주택이 쏟아지는 상황에 서울시는 25개 지자체의 미분양 통계 집계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추가 미분양 주택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없는 ‘미분양 파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지난달 말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994가구로 지난해 11월 말 대비 129가구 증가했다. 이달 미분양 증가분은 모두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 131가구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3층, 전용 30~59㎡형으로 구성되는 소형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 단지 입주는 오는 3월부터로, 이미 완공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해당 물량은 모두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잡혔다. 지난달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총 340가구로 전월(209가구)보다 131가구 늘었다. 줄어든 곳은 구로구(2가구) 한 지역으로 파악됐다. 구로구는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전용 40㎡형과 전용 42㎡형 각 한 가구가 감소했다.
서울 미분양 주택 통계 집계의 허점도 포착됐다. 애초 서울시는 용산구(41가구)와 구로구 두 곳에서 미분양 주택이 줄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용산구 미분양 주택 통계 관련 문의 이후 미분양 주택 41가구를 반영해 재공시했다.
서울시 미분양 통계 담당자는 “용산구청의 통계 누락이 확인돼 재확인을 거쳐 수정했다”고 말했다. 미분양 통계는 법적으로 공시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 문제가 정책 핵심으로 불거진 시기에 통계 누락은 향후 미분양 대책의 효과와 정확성을 낮출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전용 60㎡형 이하 소형 주택 외면이 도드라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비(非)아파트 가운데서도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 누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는 월세 수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소형 주택 수요가 많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자 투자와 실수요 모두 소형 주택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나홀로 아파트나 아파트형 빌라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곳도 완판됐지만, 지금은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도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형 주택은 원래 소규모 프리미엄을 노리고 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상황이 어렵다 보니 투자 수요가 싹 끊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전용 60㎡형 이하 미분양 주택은 총 715가구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 전용 60㎡형 이하 비중 67.7%보다 4.2%포인트(p) 늘어난 규모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을 고려하면 소형 미분양 주택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소형 비아파트 주택을 중심으로 한 서울 미분양 물량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지난해와 2020년쯤 인‧허가받은 단지는 공사를 늦출 수 없어 앞으로 완공단지가 조금 더 나올 것”이라며 “이제부터 위험 관리에 들어간 건설사가 사업을 늦추면 내년이나 2025년 이후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