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KT 수장 연임 전방위 압박 "도 넘었다"…구현모 임원인사 강행 모드

입력 2023-01-10 16:12 수정 2023-01-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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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표결만 남았지만…정부ㆍ정치권 연임 불가 압력행사
국민연금ㆍ공정위 앞세워 "민간 기업 인사 개입 비판" 여론
尹 참석한 신년인사회 불참 "실무 차원 실수"에도 뒷말 씁쓸
KT 내부, 공채 입사 CEO까지 올라간 만큼…자질 충분히 검증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구현모 연임 반대의사를 보이며 공식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KT 측은 문재인 정부 시절 사외이사가 사퇴한데 이어 이번 주 중 임원인사를 예고하며 '구 대표의 길을 가겠다'는 강경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공개적 연임 반대 = 10일 본지 취재 결과, 구 대표는 오는 21일 시작되는 설 연휴 이전에 임원 인사가 발표할 예정이다. KT는 통상 임원 인사를 11~12월에 하지만 이번엔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인사 시기도 함께 늦춰졌다. 이를 두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하더라도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경선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대표 선임 과정에서 외부인사와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KT 보유주식 중 62만5018주를 장내매도 한데 이어 이달 초 31만6191주를 추가로 매도해 지분율이 10.35%에서 9.99%로 0.36%p 낮아졌다. 하지만 지분율이 낮아졌음에도 KT의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해 구 대표의 연임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변함이 없다.

통신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오는 3월 구 대표의 연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분율이 낮아졌음에도 KT의 2대, 3대주주인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의 핵심 주주도 국민연금인 만큼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KT 때리기…업계 “도 넘었다” = 정치권에서도 K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KT 대표 선임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통신 서비스 경쟁력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치며 통신망 고도화 투자를 게을리 한 탓이며, 이를 수수방관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더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표 통신사였던 KT가 ‘국민기업’이 아닌 ‘국민 민폐 기업’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다”며 “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언론과 국회의 자료 공개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아 '밀실 담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 시점에서 KT텔레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사업을 외주 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구 대표의 흠집을 잡기 위해 관련된 내용들을 모두 살펴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구 대표가 불참하며 정치권 개입이 극에 달했다는 의혹은 더 커졌다. 구 대표와 함께 최정우 포스코 대표가 불참했는데, 두명 모두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구 대표의 불참은 실무진의 보고 누락에 따른 단순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시장에서는 민간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탈통신 기조는 KT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트렌드”라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KT로 인해 배당도 많이 받았고, 기업가치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무시한 채 반대하고 있다”며 “외부영입도 아닌, 내부 출신 CEO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구현모는 유일한 내부 출신 CEO…“이미 검증된 것” = 이 가운데 KT 내부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활동해온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사퇴를 선언해 이번 주 중 행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철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내는 등 사외이사 중 친야권으로 분류된다. 그가 사퇴하게 되면서 민간기업인 KT의 대표 연임에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구 대표는 지난 12월로 예정됐던 임원인사를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는 연말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발표하지만 KT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 판정 이후 최종후보로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해를 넘긴 탓이다.

업계에서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구현모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연임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는 KT 공채로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간 만큼 이미 수 년 간 자질이 충분히 검증된 인물”이라며 “경력직으로 중간에 합류한 것도 아닌, 내부 출신 CEO로 속사정에 정통한 만큼 연임 성공에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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