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약자와의 동행’ 탄력 전망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역점사업 관련 예산과 주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 서울시의회에서는 마을공동체·TBS(교통방송) 지원 폐지 조례안이 의결됐고, 이와 더불어 시가 제출한 예산안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2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52일간의 일정으로 제315회 정례회를 개최해 행정사무감사, 시정질문, 예산안 심의·의결 등 공식적인 일정을 모두 마쳤다.
우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마을 공동체 사업 지원을 끊는 조례안이 22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시의회는 전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조례안'을 재석 95명 중 찬성 65명, 반대 28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박 전 시장 시절 도입된 민간단체 보조·위탁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추진하고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박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년간 사업 과정에서 특정 단체에 혜택에 집중된다는 논란이 지속됐다”며 “운영 과정에서 각종 비효율이 드러나 사업을 자치구 주도로 전환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 강행 처리에 반발했으나 의석수에 밀려 조례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서울시는 올해 7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마종)가 다른 위탁업체에 총 4억6700만 원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쟁점이 된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도 결국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TBS의 연간 예산 약 500억 원 중 70% 이상인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이 중단된다.
지난달 15일 통과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은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해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었다.
오 시장은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고육책”이라며 “TBS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오 시장은 조례 폐지 시점에 있어 1년간의 유예기간을 언급하며 내부 구성원의 변화를 도모했다. 오 시장은 “이제 책임은 TBS 임직원들의 몫”이라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내년 시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47조 규모의 서울시 예산안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2022년 예산안이 해를 넘기기 직전 통과된 것과 달리 올해는 시의회 차원에서 오세훈표 사업 예산 통과에 협조한 셈이다.
앞서 서울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47조2052억 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를 거쳐 총 147억 원 줄어든 47조1905억 원의 수정 예산안으로 확정됐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항 조성(6억 원), 서울형 헬스케어(270억 원) 등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복원됐다. 이외에 뷰티도시서울 추진(49억 원), 수변감성도시 조성(67억 원), 책읽는 서울광장(27억 원) 사업에도 예산이 확정됐다.
오 시장이 민선 8기 취임하면서 내건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은 시가 제출한 안보다 4억4500만 원 늘어났다. 이밖에 메타버스 서울(18억400만 원), 취업사관학교(15억 원),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조성(7억5000만 원), 반지하 지원(8억 원), 세운상가 재생(6억 원) 등도 시 제출안보다 늘어나 편성됐다.
다만 TBS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 시 투자 출연기관 예산은 전년보다 대거 삭감됐다.
오 시장은 예산안 통과 이후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시민 세금으로 마련된 귀중한 재원이 꼭 필요한 사업에 적기에 쓰일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 112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7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6명이다. 10대 서울시의회에서는 110명 중 102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것과 달리, 11대부터는 의석 비율로 보면 7대 3으로 대폭 바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