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의 한반도와 세계] 2007년 10·4 선언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입력 2022-10-0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10월 4일은 2007년 10·4 선언이 체결된 지 15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면, 10·4 남북정상선언은 남북관계를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10·4 선언 합의는 다른 남북 간 합의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대적으로 진전이 더디었던 정치, 군사 부문의 진전을 시도하였고 10여 년 지난 후 2018년 판문점선언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10·4 선언이 갖는 의미는 2000년대 중반 한반도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가 급진전했지만,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펼치면서 2000년 북미 관계의 진전을 부정하였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칭하고 대북 강경책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려 했지만, 2002년 북핵 위기는 다시 한반도를 긴장의 소용돌이로 내몰았다. 남북관계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 등 강경한 대외정책에 따른 국내 비판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는 2기가 시작되면서 북한 문제를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6자회담에서의 9·19 공동성명 도출을 서둘렀다. 그러나 합의 직후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합의 이행은 장벽에 부딪혔고, 급기야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6자회담 프로세스 가동이라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평화 프로세스에 직면하여 노무현 정부로서는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남북관계의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야 했다.

10·4 선언에서 주목할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남북이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6자회담 차원에서 거론되어온 평화체제 논의를 남북 차원으로 끌어왔고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시켰다. 9·19 공동성명에 따른 불능화, 신고·검증 등의 절차가 북미협상 구도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선제적으로 연결한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둘째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진전된 합의를 도출하였다. 6·15 공동선언을 통한 남북경협 등 교류협력의 활성화에 비해 군사 분야 신뢰구축 작업은 매우 더딘 상황이었다. 10·4 선언에서는 2000년 1차 회담 이후 중단된 국방장관회담을 부활시켰고 초보적 단계에 머물렀던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조치의 확대를 꾀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합의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셋째는 남북 경제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려 남북 경제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의 추진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철도·도로 개통에 이어 북한 지역 철도·도로 개보수, 조선협력단지,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등은 한반도 전역에서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시 10·4 선언이 합의될 수 있었던 것은 6자회담과 남북관계였다. 6자회담 합의 프로세스가 가동 중에 있었고 남북 간 합의를 통해서도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도 확대·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에 기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한국,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상이한 대북 접근법과 함께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 등으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모든 합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만약 이러한 10·4 선언이 구체적인 실천단계로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북한의 핵 고도화도, 남북관계의 경색 지속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5년, 2022년 오늘날 북한 핵능력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져 버렸다. 15주년을 비웃듯 북한은 화성12형을 발사했다. 김정은 정권은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남북관계의 빗장을 걸어 잠금으로써 한반도 긴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10·4 선언의 정신과 합의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가? 역사적으로 훌륭한 합의를 이루고도 역사상의 진보를 이루지 못했던 안타까움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 실현’이라는 10·4 선언 서문의 합의 내용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지드래곤, 오늘(22일) 신곡 깜짝 발표…'마마 어워즈'서 볼 수 있나
  • 고양 소노 감독 폭행 사건…'사상 초유' KBL에 징계 맡겼다
  • 유병재, 열애설 상대는 '러브캐처4' 이유정?…소속사 측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
  • 김장 잘못하다간…“으악” 손목‧무릎 등 관절 주의보 [e건강~쏙]
  • "아이 계정 삭제됐어요"…인스타그램의 강력 규제,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13:5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803,000
    • +0.79%
    • 이더리움
    • 4,740,000
    • +7.68%
    • 비트코인 캐시
    • 691,500
    • +0.14%
    • 리플
    • 1,963
    • +25.51%
    • 솔라나
    • 364,100
    • +7.88%
    • 에이다
    • 1,244
    • +11.37%
    • 이오스
    • 964
    • +5.93%
    • 트론
    • 281
    • +1.08%
    • 스텔라루멘
    • 400
    • +1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950
    • -9.14%
    • 체인링크
    • 21,330
    • +4.35%
    • 샌드박스
    • 496
    • +3.5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