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마감] 이틀째 패닉, 외인 3선매수+기재부 구두개입에 그나마 선방

입력 2022-09-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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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10년물도 4%대 진입,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11년1개월만 최고’
주금공 MBS 입찰 미매각 사태도 영향…추후 지표 확인 필요
나 몰라라 한은에 배신감…당국 개입 없이 정상움직임 어려울 듯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이 이틀연속 패닉장을 이어갔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틀사이 35bp 넘게 폭등했다. 다만 전날과 달리 장기물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이틀새 20bp 넘는 폭등세를 이어가며 4%대로 올라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빅스텝(25bp 기준금리 인상) 이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밤사이 미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시장 불안감에 매수세가 실종됐다.

이날 실시된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에서 2300억원 규모의 미매각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로 장기물(5년물 11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 400억원, 15년물 200억원, 20년물 100억원)에서 미매각이 나왔다. 낙찰규모는 4800억원이었다.

그나마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 시장에서 대량 매수에 나섰고, 기획재정부가 구두개입을 한 것이 선방하는 요인이 됐다.

기재부는 이날 방기선 1차관이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금일 채권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국채과 역시 “채권시장 안정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단독으로 바이백을 할 수도 있고 한은과 공조해 국채매입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전날 국고채 단순매입을 사실상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 때문인지 한은은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총재가 (전날) 언급했는데 (그에 반해) 무슨 말을 언급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현 상황에서 당국 개입 없이는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은을 향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실상 배신감에 가까운 불만을 토로했다.

23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9.5bp 상승한 4.199%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2월22일(4.20%) 이후 12년7개월만에 최고치다. 전날에는 25.7bp나 폭등한 바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1.5bp 급등한 4.112%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2년 3월28일(4.00%)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한 것이며, 2011년 8월4일(4.12%) 이후 11년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장에서도 10.6bp 오른 바 있다. 국고10년 물가채 역시 7.0bp 상승한 1.870%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 기준금리(2.50%)와 국고채 3년물간 금리차는 169.9bp까지 벌어졌다. 이는 한은이 빅스텝(7월13일 50bp 인상)을 밟기 전인 6월30일(180.0bp) 이후 3개월만에 최대치다. 전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던 국고채 10년과 3년물간 금리상황도 이어졌다. 다만 역전폭은 전날 마이너스(-)10.7bp에서 –8.7bp로 줄었다. 국고채 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224.2bp를 기록해 6월30일(234.4bp)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체크)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체크)
12월만기 3년 국채선물은 전장대비 25틱 떨어진 101.80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점은 102.00, 저점은 101.43이었다. 장중변동폭은 57틱으로 전날(56틱)에 이어 이틀째 50틱 넘는 변동성을 보였다.

미결제는 32만5214계약을, 거래량은 17만5119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2계약)와 거래량(1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4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금융투자가 5232계약을, 은행이 3942계약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1만1565계약을 순매수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7월29일(1만2182계약 순매수) 이후 2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수 기록이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98틱 급락한 106.82를 보였다. 장중 저점은 105.77, 고점은 107.15였다.

장중변동폭은 138틱(원빅38틱)을 기록했다. 한달새 10선 장중 변동폭이 원빅(100틱)을 넘은 것은 오늘을 포함해 총 7번에 달한다(8월25일 143틱, 9월8일 100틱, 9월14일 103틱, 9월15일153틱, 9월19일 127틱)

미결제는 12만3463계약을, 거래량은 6만3498계약을 기록했다. 원월물 미결제 1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1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이 3917계약을 순매도해 사흘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는 또 이달 1일 5612계약 순매도 이래 일별 최대 순매도 규모다. 반면, 은행은 1541게약을, 금융투자는 1305계약을 각각 순매수했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저평 8틱을, 10선은 고평 8틱을 각각 기록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는 금융투자가 100계약을 나타냈다.

▲국채선물 장중 추이. 왼쪽은 3년 선물, 오른쪽은 10년 선물 (체크)
▲국채선물 장중 추이. 왼쪽은 3년 선물, 오른쪽은 10년 선물 (체크)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일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물가잡기용 빅스텝 인상이 있었다. 일본도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미국채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국내 금리도 전일에 이어 급등했다. 장초반 낙폭을 축소하기도 했으나 매수세 실종과 시장 불안감이 겹치며 선물 매도세가 나왔고 금리도 큰 폭 상승했다”며 “외국인이 오랜만에 3선을 대거매수했고, 기재부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3선을 중심으로 약세폭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틀간 금리 급등에 기준금리 3.75% 이상을 반영하는 레벨까지 왔다. 다만 시장심리 불안과 한은의 시장 방임으로 방향전환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라며 “분기말과 다음달초 대내외 지표에 따라 방향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현 상황에선 당국 개입 없이는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복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도 “MBS 입찰에서 대량 미매각이 발생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이창용 총재의 포워드가이던스가 수시로 변한다. 사실상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한은 대응엔 배신감과 반감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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