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경영권 매각 소송, ‘한앤코 승소’…남양유업 주인 바뀌나?

입력 2022-09-22 15:20 수정 2022-09-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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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 측 “재판부에 유감, 즉시 항소” vs 한앤코 “신속한 경영권 이양해야

(출처=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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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벌이는 ‘3000억 원대 인수합병(M&A) 소송전 1심 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한앤코는 홍 회장에 경영권 이양을 촉구했다. 하지만 홍 회장과 남양유업 측은 법원 결정에 반발해 항소 의사를 밝히며, 경영권 향방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 법원, 1심서 한앤코 ‘승소’…판결 확정 시 대주주 ‘한앤코’로 변경

2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는 한앤코 측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소송 1심에서 “(양측의) 주식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 회장 일가가 한앤코에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남양유업 대주주는 홍 회장에서 한앤코 측으로 변경된다.

지난해 5월 근거없는 불가리스의 코로나 억제효과 발표로 불매운동과 보건당국의 검찰 고발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홍 회장은 사퇴와 함께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 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앤코와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매각을 미뤄왔고 결국 작년 9월1일자로 한앤코에 주식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를 조속히 이행하라며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홍 회장 측은 이면계약의 존재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주식매매계약 과정에서 양측의 대리를 동시에 맡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약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쌍방대리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대리인이 동일하게 되면 한쪽의 이익 또는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어 통상적인 인수합병(M&A)에서는 쌍방대리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당사자의 허락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홍 회장 측은 백미당 분사와 홍 회장 일가에 대한 임원 예우 관련 내용이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별도합의가 있었으나, 본 계약에 포함되지 않아 계약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매각 계약 체결 전까지 한앤코 측의 대리인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약 체결 과정에서 김앤장 변호사들이 홍 회장에게 불리한 계약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앤코 측은 계약 논의 당시 백미당 분사와 관련해 홍 회장으로부터 관심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와 함께 M&A에서 한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이 쌍방으로 자문 역할을 하는 건 업계 관행이면서 홍 회장이 쌍방대리 사실을 이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불가리스 갑질에 외손녀 마약 의혹까지 남양유업 ‘수난사’

남양유업이 한때 한앤코에 매각을 고민했던 것은 대리점 갑질 논란과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효과 발표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남양유업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이 힘들 정도로 코너에 내몰리면서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로 대규모 소비자 불매운동을 겪었고,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사건으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여기에 지난해 4월 남양유업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불가리스’가 독감과 코로나를 억제한다는 신빙성이 없는 내용을 발표하며 비난을 받았다.

결국 홍 회장은 지난해 5월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 또 본인과 일가 지분 전체를 넘겨 경영권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한앤코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달이다. 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그의 발언이 무색하게 경영권 분쟁과 함께 현재도 홍 회장은 여전히 회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지며 홍 회장은 지난해에는 국회 국정감사에도 불려나가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어 작년 11월 3자 매각에 나서 대유홀딩스와 ‘조건부 매각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한앤코 측에서 협약 이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이마저 무산됐다.

일련의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남영유업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2019년 1조308억 원이던 연 매출은 지난해 956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20년부터 영업이익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분기별로 2019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347억 원이던 적자는 올 상반기 422억 원으로 21% 늘었다.

▲남양유업 실적 추이(단위:원) (금융감독원)
▲남양유업 실적 추이(단위:원) (금융감독원)

◇ 한앤코, 경영권 이양 촉구…홍 회장 측 “재판부에 유감...즉시 항소할 것”

1심은 한앤코의 승소로 끝났지만, 홍 회장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까지 현재 홍 회장 측 대주주 지위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측(홍 회장측) 법률대리인은 “원고 측은 쌍방 대리를 사전에 동의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고 명백한 법률 행위를 자문 행위라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상호간 사전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쌍방대리 행위 등으로 매도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가운데 피고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계약의 기본 원칙과 시장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영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국민들 앞에서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일선 퇴진 및 신속한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홍 회장 측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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