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SK바이오팜이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도약에 나선다. 중심에는 뇌전중 치료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가 있다.
다만,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엔 유럽과 중국 등 세노바메이트의 해외 기술수출료가 일시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연매출 2000억 원 이상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11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2분기 매출(잠정)은 534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23% 늘었고, 상반기 누적 매출은 946억 원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분기 401억 원 적자였고,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적자는 772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 측은 매출 상승세는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매출 급성장과 유럽 출시, 중남미 진출 등에 힘입었고, 영업적자의 경우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자 확대, 미국 내 마케팅·영업 강화에 따른 판관비 상승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4186억 원, 영업이익 953억 원이라는 실적과 비교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으나, 기술수출료 일시 반영과 연구개발비 투자 확대를 감안해야 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실제 사업보고서 상 최근 3년 매출과 연구개발비를 보면 SK바이오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매출은 2019년 1239억 원, 2020년 260억 원에서 2021년 4186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2019년 1772억 원, 2020년 1091억 원, 2021년 1148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로 각각 143.1%, 419.72%, 27.43%에 달한다.
앞으로 성장세는 주목할만하다.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과 세노바메이트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출시가 이어지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에서 세노바메이트는 3899억 원으로 전체의 93.1%였고, 솔리암페톨은 253억 원으로 비중은 6.0%였다. 올해 상반기 실적 성장도 세노바메이트가 주도했다. 상반기 미국에서만 72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반제품과 로열티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회사 측은 “실제 미국 내 처방수(TRx)가 2분기 3만9775건인데 6월에만 1만4000건 대를 기록하면서 최근 10년 발매된 경쟁 약물들의 출시 26개월차 평균의 약 2배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중남미 내 상업화를 위해 유로파마와 선 계약금 1500만 달러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 9일 캐나다와 이스라엘에서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허가절차가 시작돼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속 신약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임상 3상에 돌입했고, 표적 항암제 SKL27969는 임상 1상, 차세대 뇌전증 신약 SKL24741 및 조현병 신약 SKL20540은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경·희귀, 정신 등 뇌질환 전체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표적항암제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과 함께 뇌질환 예방·진단·치료 전주기를 포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도약 추진에도 적극적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혁신 신약 개발과 더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5월 투자전문회사 SK㈜와 미국 디지털치료제 기업 ‘칼라 헬스(Cala Health)’에 공동투자를 시작으로, 제약·바이오와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SK바이오팜은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오케스트라와 miRNA를 타겟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법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고, 유빅스테라퓨틱스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 기반의 차세대 항암신약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진단 영역에서는 뇌전증을 예측, 감지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올해 국내 임상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