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동학개미 달래라…주주환원 강화하는 상장사들

입력 2021-11-21 11:30 수정 2021-11-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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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상장사 71곳 자사주 매입 계획 공시
주가 저평가·전략적 제휴 등 자사주 활용 늘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최악의 위기는 지났다”는 판단에 쌓아둔 현금을 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8곳)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276만9388주(보통주·우선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취득예정금액은 5045억 원 규모로, 현대차가 주주가치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9년 12월 3000억 원 이후 23개월 만이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24만 원대에서 18만 원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20만 원대로 소폭 올랐다.

시장은 자사주 매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친화 정책의 대표적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거래되는 유통 물량을 줄이고 기존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소식에 현대차 주가는 19일 전 거래일 대비 2.2%(4500원) 오른 20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G는 이달 3427억 원 규모의 자사주 410만 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LX인터내셔널은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87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NHN한국사이버결제는 1주당 0.5주의 무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기아, 경동제약, 경방, 노바텍, 미래에셋증권, 미원상사, 아모레퍼시픽, 엔씨소프트, 웅진씽크빅, 한라, 현대모비스, SK증권 등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최근 주식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상장기업들은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주가가 4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반토막 나자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소액주주들은 전체 지분의 10%가량을 모으며 회사에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전환사채 주식 전환 방침 등으로 주가가 하락 중인 HMM은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증권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시행 계획을 밝혔다.

▲주주총회 현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주주총회 현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상장사가 자사주를 잇달아 사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장중 3316.08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불안심리가 커져 조정을 받고 있다. 상장사가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시기를 지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에 보유 현금을 쏟아붓는다는 해석도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돈을 잘 벌어왔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란 시대 흐름에 맞춰 주주가치 제고 나서는 배경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긍정적이란 해석이 많았다”면서 “요즘은 자사주 매입을 지분 교환이나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눈여겨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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