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대한민국을 이끌 향후 6개월간의 정책

입력 2021-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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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급전직하의 날씨 변화가 긴 정책 동절기를 예고하는 듯하다. 정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면서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세인의 눈과 귀에 포착되는 뉴스는 오로지 사건과 사고뿐이다.

대형 서점에는 유력 정치인들의 자기소개서가 찾는 이 없이 한가롭게 놓여 있는 반면 취업 전문서 코너가 분주하다. SNS에서는 공기업 취업에 필수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학습방법에 대한 경험담,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관심도에서 취업이 정치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이다. 이맘때 전국의 거의 모든 교회와 사찰이 수능기도 기간을 잡고 신도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대입이 취업을 능가하는 국민적 대사(大事)임을 증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국가 정책의 상실이 목격된다. 예컨대 이번 정권의 핵심 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전문가들의 시야에서도 멀리 사라졌다. 이들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고급 인력을 파견받아 운영하는 기구다. 문재인 정권이 최종 승부수로 던진 한국판 뉴딜정책(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대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숟가락을 얹고 편승한 허상일 뿐 실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경제부총리가 주관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평년이라면 정부는 매년 이맘때부터 연말까지 국정감사와 다음 해 예산 확정 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전쟁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초비상 국면이다. 거기다가 대선의 대혼란극이 겹치고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정체 등에 따른 신산업정책의 대두가 뚜렷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불러 반도체 공급을 원활히 해 줄 것과 경영 정보의 일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로 출범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대만 반도체 TSMC 공장을 일본에 유치하면서 5조 원대의 보조금을 대 주기로 한 것도 지난주 글로벌 빅뉴스 중 하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형 원전과 전기차 등에 41조 원을 투자하는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언론들은 프랑스발 문샷(대단히 야심차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사실은 신산업정책의 발동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대선정국의 혼란 등으로 엄습해 온 이 위기는 현재와 같이 여의도(정치)-광화문(청와대)-세종시(행정부)가 심하게 디커플링(탈동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극복할 수 없다. 지금부터 내년 3월 대선을 거쳐 5월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7개월 이상 유례 없이 긴 정책 동절기, 나아가 정책 암흑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팽배하다.

많은 기업들은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에 대응하고,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변혁하려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021년 3분기(7~9월)와 4분기(10~12월)의 실적은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의 경영전략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이정표가 된다.

주요 기업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3개의 변혁을 가속시키려 하고 있음이 간파된다. 즉, 디지털에 의한 효율화(DX: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구축(SX: 서비스 트랜스포메이션), 이를 지원하는 경영 플랫폼의 구축(MX: 매니지먼트 트랜스포메이션) 움직임이 그것이다. 대기업 그룹들의 기업 재편은 이 ‘3X’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스피드를 높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렌드 연구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내년은 한국이 호랑이가 될 것이냐, 고양이가 될 것이냐의 기로에 선 일 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부터 반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정책 상실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관료들의 각성뿐이다. 일의 우선순위와 실행 가능성을 잘 따져서 하나씩 마무리지어나가는 것이다.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기본대로 매일을 이끌어 나가는 관료들의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자세가 필요한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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