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김윤경(가명, 21) 씨의 얘기다. 꿈을 안고 입학한 서울대에서 그는 입학 전형별 서열 매기기와 다가설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가 받은 상처는 컸다.
김 씨는 울산의 한 일반 고등학교에 다녔다. 서울대 정시를 준비했지만 담임선생님은 기회균등특별전형을 권했고, 기대했던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 만족했다.
대학 진학 후 김 씨의 생각은 바뀌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입학 전형에 따라 학생의 서열을 매겼다. 서울대 입학할 때 어떤 전형으로 들어왔는지 서로에게 공개하도록 했고, 바로 차별로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지역ㆍ기회균등 전형으로 진학한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없이 특혜로 대학에 진학한 것’처럼 말했다.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훨씬 우수하고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입학 전형 과정이 학생을 챠별하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어떤 전형은 쉬우니까 학교를 쉽게 들어왔다. 어떤 전형은 어려운데 그걸로 들어온 애는 대단하다는 식의 얘기를 들으면 씁쓸한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에브리타임에 ‘기회균등특별전형으로 들어왔지만, 괜찮다’라는 희망적인 글을 누가 써놨는데, 그 밑에 누군가가 ‘네가 농어촌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나왔으면 서울대 왔을 것 같아?’라고 댓글을 단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참 야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서울대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유명 면접, 논술, 컨설팅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서로 공유하며 교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고등)학교 내에서 (자기들끼리) 대회나 경연을 서로 몰아줬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김 씨는 “그런 말을 들으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담임선생님의 진로 조언, 학군에 따른 면학 분위기, 부모의 재력 등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경쟁을 즐기며 노력하면 공정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는 보이지 않는 격차를 체감하면서 사라졌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정시, 수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젠 뭐가 더 좋다고 말을 못 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외부 환경이 어느 정도 균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