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의 빠른 배송에 무한 속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에 당일배송으로 치닫던 배달 속도전은 1시간 내 즉시 배달까지 확대됐다. 롯데마트가 바로배송을 실시하고, GS홈쇼핑도 부릉의 2대 주주에 오르며 7월 선보일 통합 GS리테일의 ‘즉시배송’을 예고했다. 쿠팡도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와 쿠팡이츠를 분사해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업계의 관심은 쿠팡이츠가 배달의 민족의 'B마트'나 요기요의 '요마트'처럼 퀵커머스에 나설지 여부에 쏠린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15일 고객과 상점주, 배달 파트너 지원 및 배달 파트너 운영을 위한 서비스 팀을 관리하는 ‘쿠팡이츠서비스’를 출범했다. 2019년 5월 ‘쿠팡이츠’ 사업에 나선지 2년 만이다. 쿠팡이츠는 법인 설립 사업목적에 대해 기존의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업을 비롯해 △소화물 운송업 △운송대행 및 알선업 △보관 및 알선업 등으로 신고했다. 현재 쿠팡이츠는 음식물 중개 서비스만 제공하고, 배달의민족 B마트와 같은 직매입·직배송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쿠팡이 쿠팡풀필먼트 유한회사로는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을 담당하고, 쿠팡이츠는 음식 주문 중개에서 직매입한 생활용품과 신선식품, 밀키트 등의 즉시 배송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마트처럼 최근 대세가 된 퀵커머스 진출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오토바이 등을 활용한 배달 대행업체가 배송을 맡을 경우 쿠팡도 직매입 상품 1시간 내 배달이 가능해진다.
쿠팡이 전국에 크고작은 170여개의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만큼 도심 내 물류 거점을 즉시 배송을 위한 배송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쿠팡이츠는 음식 주문 및 배달 중개 서비스 외에 최근 점주를 대상으로 식자재 공급 서비스 테스트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아직 미개발된 서비스로 점차 발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퀵커머스는) 당장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익일배송과 새벽배송보다 더 빠른 배송인 퀵커머스는 최근 유통가의 최대 관심거리다. 주문 배달 업체 배달의민족이 중개서비스를 하다 2018년 11월 직매입 서비스인 B마트를 론칭한 이후 2019년 511억 원이던 상품매출은 지난해 2187억 원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요기요도 비슷한 컨셉트로 '요마트'를 운영한다.
매물로 나온 요기요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 역시 주로 유통업체다. 최근 요기요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곳은 신세계와 롯데, GS리테일 등 주요 유통 대기업과 MBK파트너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CVC캐피탈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운용사로 알려졌다.
7월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도 빠른 배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업체는 19일 부릉(VROONG) 서비스로 유명한 물류회사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을 인수하며 네이버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통합 GS리테일은 메쉬코리아와의 협업으로 다회차 당일배송, 즉시배송 등이 가능하게 돼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는 밀키트 등 냉장식품과 과일 등 신선식품 판매 확대가 가능해져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역시 즉시 배송에 활발하다.
롯데온은 롯데마트의 ‘스마트 매장’과 ‘세미다크 스토어’를 통해 2시간 내 ‘바로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 매장은 상품을 담고 박스 포장(피킹&패킹)하는 시설을 매대 공간에 함께 둔 곳으로 중계점과 광교점, 강변점 등 4곳에서 운영 중이며, 세미다크 스토어는 매대와 물류 공간을 분리해 후방에서 피킹과 패킹을 맡는다. 잠실과 구리점 등 현재 8개로 연내 3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슈퍼 사업인 익스프레스를 통해 2019년 요기요에 입점해 근거리 빠른 배송에 나섰고, 작년 2월부터는 자체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사이트 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 배송 코너를 통해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전국 250여개 매장에서 가능하다.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슈퍼는 최근 인천과 경기권까지 범위를 넓혔고, 전국 확대를 검토 중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GS더프레시)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도심 점포를 세미다크스토어로 활용해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도 최근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해 ‘혈맹’을 맺으며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 등 최적의 배송 서비스 구현을 논의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 앱과 유통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면서 “모바일 주문 상품을 보다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전략에 일제히 전력질주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