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어 최창원 '진격'…SK, K-바이오 역사 새로 쓴다

입력 2020-07-29 17:49 수정 2020-07-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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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제약·바이오사업을 거침없이 확대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인내 끝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내기에 성공한 계열사들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를 선언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가치는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상장한 SK바이오팜 못지않은 '바이오 대어'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뜨겁다.

SK그룹의 지주회사는 최태원 회장의 SK㈜와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가 있으며 양대 지주회사 모두 제약·바이오 사업에 나서고 있다. SK㈜는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를,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선경제약에서 SK케미칼까지 = SK케미칼의 제약·바이오 사업 태동은 198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87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12월 삼신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선경제약(1990년), SK제약(1997년)으로 이름을 바꾸고 인투젠과 동신제약 등 제약∙바이오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제네릭 개발이 주를 이루던 업계에서 SK케미칼은 '신약 개발'이란 목표를 명확히 했다. 1999년 개발한 위암 치료제 '선플라'가 첫 번째 성과였다. 선플라는 100여 년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처음 개발된 신약이다. 이후 2001년 천연물로 만든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를 개발했으며, 2007년에는 국산 13호 신약 '엠빅스'의 허가를 획득했다.

선대 회장의 제약사업 배턴을 이어받은 최 부회장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2008년부터 백신사업을 본격화했다. 관련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을 위해 약 5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백신 개발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백신 주권' 손에 쥔 최창원 부회장 =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기업이다. 세포배양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 수두백신을 자체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2018년 글로벌 백신 리더 사노피 파스퇴르에 1억5500만 달러 규모로 수출된 바 있다.

2012년 경북 안동에 완공한 차세대 백신 공장 L하우스는 연간 1억500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분)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실제 백신 생산량은 600만 도즈지만, 이러한 선제적인 생산설비 확충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으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 백신 CMO사업만으로도 1조70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9월 임상 착수를 예정으로 하는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합성항원 백신은 부작용이 적고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며, 다양한 면역증강제와 함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목표다. 최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사노피 파스퇴르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성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폐렴구균백신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7조~8조 원 수준으로, 화이자의 '프리베나'가 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폐렴구균백신은 프리베나보다 가수가 높아 출시되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케미칼의 또다른 핵심사업은 혈액제제다. 혈액제제는 선척적 면역결핍질환, 혈우병, 화상 등에 쓰이는 필수의약품이다. 2006년 동신제약을 인수해 혈액제제 사업을 시작한 SK케미칼은 2015년 이를 분할해 혈액제제 전문회사 SK플라즈마를 신설했다.

SK플라즈마는 연간 60만 리터의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 기술수출과 생산시설 구축을 이어갈 계획이다.

◇'혁신신약' 승부수 최태원 회장 = SK그룹의 '바이오 돌풍'은 SK㈜의 혁신신약 개발기업 SK바이오팜이 먼저 일으켰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한 SK바이오팜은 현재 15조 원에 육박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데 성공한 기업이다.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SK바이오팜이 직접 진행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성공은 최 회장의 '뚝심'이 일궈낸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1993년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며 26년 동안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한 우물을 팠다.

이는 지난해 3월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의 FDA 승인으로 첫 열매를 맺었다. 솔리암페톨은 SK바이오팜이 발굴해 임상 1상을 마치고 2011년 미국의 재즈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약물이다.

차기 파이프라인은 소아 희귀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로, 현재 임상 1b/2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희귀 신경계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드'와 집중력 장애 치료제, 조현병 치료제, 조울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SK㈜는 글로벌 CMO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과 미국, 유럽에 흩어져 있던 CMO 세 곳을 통합 운영하는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는 이를 통해 CMO 사업 가치를 2025년 이후까지 10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팜테코는 통합법인으로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 보건복지부의 필수 의약품 확보 사업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발주한 이 사업은 최대 1조 원 규모의 미국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의 가장 큰 무기는 거대한 자본력"이라며 "성장세는 시간 문제일 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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