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국은 이달 말 며칠 차이를 두고 잇따라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은 기상여건에 따라 일정이 변동될 수 있어서 아직 구체적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화성탐사선인 ‘톈원(天問·하늘에 묻는다)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톈원은 중국 전국시대 시인 굴원의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중국 탐사선은 7개월의 여정 끝에 화성에 도착해 2~3개월간 궤도를 도는 것은 물론 화성 표면에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착륙선에는 6륜의 탐사로봇인 로버(Rover)가 탑재돼 있어 화성 지표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토양 샘플을 캡슐 형태로 저장한다. 중국은 2030년 샘플을 회수, 지구로 가져올 탐사선도 보낼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30일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퍼시비어런스 로버(Perseverance rover)’를 발사한다. 퍼시비어런스에는 ‘인제뉴어티 마르스 헬리콥터(Ingenuity Mars helicopter)’로 명명한 드론도 실려 있다. 만일 이 드론이 화성 비행에 성공하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 외에 다른 행성에서 비행체를 날게 하는 것이다. NASA 역시 유럽우주국(ESA)과 손잡고 2026년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화성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탐사선 2대를 발사할 예정이다.
양국의 화성탐사선 발사 시기가 겹치는 것은 올 여름이 지구와 화성의 공전궤도와 주기, 거리 등 여러 변수에 따라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발사에 최적화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발한 중동 최초 화성탐사선 ‘아말(희망)’도 지난 20일 일본의 로켓에 실려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이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딘 청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이 모든 방면에서 자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견해에 분명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우주개발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주 프로그램을 서방권에 뒤졌던 ‘굴욕의 1세기’를 청산하고 ‘위대한 부활’을 이룰 수 있는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시 주석은 올해 우주 관련 과학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거대한 우주국가를 건설하는 위대한 꿈을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에 무인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켰다. 올해 6월에는 중국 자체 위성항법시스템(GPS) 베이더우(北斗)를 구성하는 마지막 위성을 궤도에 투입, 이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미국은 2024년까지 유인 달 착륙, 2030년대 유인 화성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과학기술정책연구소(STPI)는 지난해 “현실적으로 추정한다면 이르면 2037년 유인 화성 탐사를 노릴 수 있다”며 “비용은 1200억 달러(약 143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우주를 기반으로 한 위협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우주군’을 창설했다.
딘 청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오래전 달에 착륙했지만 2020년대 다시 펼쳐진 경쟁에서 중국보다 앞서서 다시 달에 착륙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화성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양국의 성패가 갈리면 서로 상대국에 대해서 굴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미·중 신경전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