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저가 와인 경쟁이다. 1만 원 미만의 저가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 대중화에 나선 대형마트 업계가 올들어 5000원 미만 초저가 와인으로 가격 경쟁에 불을 지피더니 이번에는 3000원대 초초저가 와인까지 나왔다. 지난해 초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경쟁으로 승부하던 대형마트업계가 이번엔 와인을 미끼로 소비자 끌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주류법 개정으로 온라인 주류판매가 가능해졌지만, 온라인 구매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해야 하는 만큼 주류는 소비자를 대형마트로 이끄는 경쟁우위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대형마트의 강점 중 하나인 상품이다. 와인은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서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최근 들어 와인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협력업체가 와인을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2일 3000원대 초초저가 와인을 출시해 업계 ‘최저가 와인’를 내걸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1.5ℓ 매그넘 프랑스 와인인 ‘레오 드 샹부스탱’을 7900원에 판매하며 저가 와인 경쟁에 뛰어든 데 이어 칠레 와인인 ‘나투아’를 4900원에, 프랑스 보르도 AOC인증을 받은 ‘샤또 르팽 프랑 보르도’ 를 5900원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저가 와인을 시장에 내놨다. 여기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스페인 전통과 현대 양조기술이 접목된 ‘레알 푸엔테(Real Fuente)’를 3900원이라는 초저가에 출시했다.
롯데마트가 이처럼 업계 최저가 와인을 선보인 이유는 와인 시장에서 초저가 와인이 가져오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000원 이하 초저가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216% 신장했다. 특히, 초저가 와인을 구매한 고객을 분석해 보니 ‘와인을 구매하지 않았던 고객’ 비율이 50%로 초저가 와인이 와인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의 저가 와인 경쟁은 이마트가 맨먼저 이끌었다. 이마트는 2009년 6900원짜리 G7(750㎖ 기준) 최저가 와인을 출시했는데 1만 원 미만 와인이 거의 없던 당시 G7의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G7은 꾸준히 판매량을 높이다 2017년 한 해 100만 병 이상 팔리며 국내 와인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마트는 여기서 한 번 더 가격을 낮춘 초저가 와인을 선보였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4900원 와인 ‘도스코파스’를 출시했는데 도스코파스 2종은 출시 후 초도 물량 100만 병을 단 4개월 만에 모두 팔아치웠다.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한 추가발주를 통해 현재까지 누적 160만 병 이상 판매해 이마트에서 와인 매출 순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초저가 와인 인기에 힘입어 올 4월 4900원의 칠레산 ‘도스코파스 샤도네이’를 출시했다. 지난해 선보인 도스코파스 레드와인에 이어 화이트와인 대중화에 나선 것이다.
홈플러스도 4000원대 와인을 출시하며 저가 와인 경쟁에 합류했다. 홈플러스는 3월 ‘무적 와인’ 시리즈의 1탄으로 호주 ‘체어맨’ 와인을 4990원에 판매한 데 이어 4월 2탄으로 ‘카퍼릿지 와인’을 출시했다. 화이트진판델(로제)을 포함해 까베네쇼비뇽, 멜롯 등 3종은 모두 1병(750㎖)당 4990원으로 1탄과 동일한 가격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카퍼릿지 와인은 5월 초도물량을 모두 팔았고, 현재 추가 발주해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와인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새로운 고객들이 와인을 경험하도록 저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혼술, 홈술 문화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가 와인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앞으로도 저가 와인 출시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