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파문·사우디 냉대…설욕 나선 손정의

입력 2019-11-05 13:59 수정 2019-11-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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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잇단 투자 실패 구설에 오르자 스타트업 지배구조 개선 나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그룹 회장이 작년 11월 5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그룹 회장이 작년 11월 5일(현지시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위워크 파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냉대 등 올해 자신의 명성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설욕에 나섰다.

손 회장은 자신이 주도하는 비전펀드가 잇단 투자 실패로 구설에 오르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전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르면 6일 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지나치게 권리를 행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Dual-class Share)’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은 소프트뱅크가 향후 투자할 기업들에 적용되며 기술펀드인 비전펀드도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직관을 중시하면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딜메이커(Dealmaker)’로 알려졌던 손정의 회장이 중대한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손 회장은 재빠른 의사결정이나 잘나가는 기업을 고를 줄 아는 ‘선구안’을 과시해왔으나 올해는 그런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소프트뱅크가 최대 주주인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기업공개(IPO)를 하고 나서 주가가 지금까지 약 34% 하락했다. 상장 이후 경쟁 격화로 회사가 수익성을 찾을지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 우버는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도 순손실이 12억 달러(약 1조39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손 회장의 명성을 떨어뜨린 것은 우버와 더불어 올해 IPO 최대 기대주였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몰락이다. 위워크는 연초만 해도 기업가치가 무려 470억 달러로 평가됐으나 이후 재무구조와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로 가치가 반 토막 난 끝에 IPO를 취소했으며 결국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경영권을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위워크 추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애덤 뉴먼 창업자의 방만한 경영이 꼽혔는데 그가 보유한 주식은 한때 보통주보다 20배 이상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었다.

올해 계속되는 실패에 손 회장은 사우디에서도 푸대접을 받았다. 사우디가 지난달 말 개최한 ‘사막의 다보스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서 청중석이 텅 빈 무대에 오른 것이다. 사우디는 비전펀드 출자금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투자자이지만 손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춘 ‘비전펀드 2호’에는 투자 확답을 꺼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위워크만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유일한 걸림돌이 아니라며 다른 많은 투자에서도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사례로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 우리나라의 쿠팡을 꼽았다.

WSJ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118억 달러로 비전펀드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갔으나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올 여름 20억 달러 규모 신규 자금조달에 나섰다. 디디추싱의 한 임원은 “매번 배차할 때마다 손실이 난다”고 토로했다.

비전펀드가 27억 달러를 투자한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영업손실이 확대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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