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전이 다시 달아올랐다. 양 측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재판부에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면서 ITC가 어느 쪽을 진실로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대웅제약은 ITC 재판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15일 일부 공개하며 유전자 분석 결과 대웅제약의 균주는 메디톡스와 서로 다름이 명확히 입증됐다고 밝혔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달 20일 ITC 재판부에 전문가의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대웅제약은 11일 반박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 측 전문가인 데이비드 셔먼 박사는 메디톡스 측의 유전자 분석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전체 유전자 서열 분석 직접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사 균주의 차이를 입증했다. 셔먼 박사는 양사 균주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는데, 이 유전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느리게 진화하므로 균주 간 근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웅제약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고서가 균주가 어떤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간의 주장을 뒤집고, 포자감정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 것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균주가 실제로 포자를 형성한다면 애초부터 홀A하이퍼가 아닌 다른 균주였거나 포자감정에 사용된 균주가 메디톡스가 본래 사용하던 균주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측 브렌다 윌슨 박사는 "두 균주는 열처리, 혐기, 호기, 배양기간 등 총 18가지 조합의 시험조건에서 오직 8개 조합에서만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고 나머지 조건에서는 모두 불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전체 염기서열 비교분석을 통해 양사 균주가 유전형이 서로 다름을 입증한 것은 물론 포자를 형성하는 표현형도 명확히 구별됐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독자 발견한 것이 이번에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돼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맞섰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5월 ITC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을 위한 '나보타' 생산 균주 제출을 명령하자 메디톡스의 균주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 받은 균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해당 실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 기한인 지난달 20일까지 내지 않다가 메디톡스의 보고서를 확인하고 나서야 반박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셔먼 박사의 보고서는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며 "우리가 제기한 의혹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의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의 폴 카임 교수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에서 유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한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이미 알려진 다른 어떤 균주들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가 가깝게 일치하고, 유전적으로 같은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임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사용해 병원균의 기원화 진화를 추적하는 미생물유전학 전문가로, 미국 9·11 탄저균 테러 당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테러에 사용된 균주와 출처를 밝힌 바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에서 지정한 셔먼 박사는 유전체 기원 분석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유기화학 전문가에 불과하다"면서 "규제기관인 캐나다 연방보건부에는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제출했으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실험 조건에서 포자가 형성됐다는 유리한 정보만을 대중에 선택 공개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본격적인 ITC 재판이 다가오면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메디톡스는 올해 2월 미국 엘러간과 함께 메디톡스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불법 행위에 대해 ITC에 제소했다. ITC의 증거 심리 일정은 2020년 2월까지로, 결론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확인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