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 627-34에 소재했던 '만민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에서 지난해 8월초까지 목회 활동을 해온 여성 목사인 조귀연 목사(61)와 남편인 김영일 장로(66)가 그들.
이들은 올 4월 28일부터 서울 D그룹 본사앞에서 억울함을 절규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두 사람 모두 환갑을 넘은 고령에도 시위장소에서 노숙까지 강행하고 있다.
무리한 재개발 추진과 일방적인 철거로 목회와 생활터전을 잃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재개발 조합장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대화창구를 잃은 가운데 대기업인 D 건설 개입없이는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다고 이들은 증언한다.
기자는 조 목사 부부를 몇차례 만나 그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뉴타운사업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 턱 없는 보상에 10년 땀의 산실 떠날 수 없었다
조귀연 목사는 199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어 교회 개척에 나서 1997년 4월 17일 길음동 627-34에 소재한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의 지하 약 78㎡(25평)에 보증금 500만원을 들여 만민교회를 설립해 지난해 8월까지 목회 활동을 해왔다.
남편인 김영일 장로도 공직 퇴직 이후 줄곧 조 목사의 목회 활동을 도와 왔다. 그렇게 10여년 가까이 목회를 이어오면서 등록교인 수는 90여명에 달하게 됐다. 교회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3층 다세대 주택내 사택을 얻어 두 사람은 생활해 왔다.
하지만 교회와 사택이 자리한 일대가 길음 뉴타운 7구역 재개발 사업 지역으로 확정됐다. 사업 개요는 주택형 84~146㎡ 총 548가구 아파트를 짓는 것. 조합원분을 제외한 126가구를 일반 분양하는 사업이다. 시공사로 조합은 D건설을 선정했다.
지난해 들어 D건설과 조합은 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며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합은 목사 부부에게 사업을 위해 교회를 비워달라는 압박을 가해 왔다.
조 목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교회가 한 장소에서 개척해 뿌리내리기란 험난한 여정의 연속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재개발 사업과 관련 많은 교회들이 보상금을 받고 이전해 새롭게 개척하지만 십중팔구 실패한다"며 조합 요구에 동의할 수 없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목사 부부에 따르면 조합이 내건 보상 조건은 세입자의 경우 임대주택을 분양해 주거나 세대주 1인당 500만원 그 외는 1인당 9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목사 부부의 경우 만민교회가 세입임에 따라 조합은 500만원만 보상해 줄테니 비워달라고 강요해 왔다는 것이다.
김 장로는 "10년전 교회 개척 당시 보증금이 500만원이었다. 개척교회에서부터 시작해 10년 가까이 교회를 운영하며 90명에 달하는 교인들과 함께 해왔는데 이를 단돈 500만원 받고 나가라고 하니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 통지 및 실사도 없는 철거와 무단 재산 인출
조 목사 부부는 교회가 있는 건물 전체에 무단으로 전기를 끊어 홍수로 교회 비품이 모두 못쓰게 되고 철거통지와 실사조차 없이 교회 건물과 사택이 헐리는 과정에 대해 증언을 이어갔다.
목사 부부에 따르면 계속 떠나기를 거부하자 결국 지난해 8월 8월 조합은 한국전력측에 연락해 만민교회가 있는 건물에 전기를 끊었다.
목사 부부는 당시 "관계자에 물어 봤더니 이 건물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있는 곳이라는 말을 들어 그렇게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전기가 끊어진 탓에 태풍으로 인한 집중 호우가 쏟아진 당시 지하에 있던 배수 펌프가 돌지 않아 물이 1m50cm까지 찼고 교회 내 있던 피아노와 비품 등이 모두 못쓰게 됐다.
결국 조 목사는 충격을 받아 지난해 8월말부터 '홧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김 장로가 조 목사를 간병하러 다니는 사이 지난해 9월 20일 다세대 주택내 3층에 마련했던 사택이 헐렸고 같은 달 22일에는 교회가 있던 건물도 철거됐다. 이미 다세대주택 1, 2층 입주자들과 교회 건물 주인은 두어달전 조합으로부터 보상처리를 마무리하고 비운 상황이었다.
김 장로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집이 있던 터에 와보니 덩그러니 벌판만 남아 있었다. 철거통보도 없었고 법원에서 철거와 관한 실사조차도 없었다. 물건 주인인 내 자신이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집달관이 집에 있던 물건을 빼내 갔다. 불법 차원을 넘은 무법"이라며 분을 삭혔다.
목사 부부는 사택에 있던 사유 재산 및 물품은 구리시에 있는 한 보관소에 있다는 말만 후에 들었을 뿐 아직도 이를 찾지 않고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이후 기도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
◆ 조합 배후에 D건설 존재 의혹
조 목사 부부는 교회와 사택철거 관련 D건설과 조합의 결탁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당시 조합장이었던 최 모씨가 지난해 9월 8일 갑자기 사망한 가운데 같은 달 10일 교회와 사택 건물 철거와 관련한 법원 재판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조 목사는 "병석인데다가 애지중지 목회 활동을 펼쳐 온 교회를 비울 수 없다는 굳은 믿음과 조합장 죽음으로 대화창구가 단절된 상황에서 재판에 나설 이유가 없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는 조 목사 불참에 따라 철거 판결을 내렸고 사택과 교회는 이들이 현장에 없는 사이에 철거된 것이다.
김 장로는 D건설 결탁과 관련해 "내 자신이 30년이 넘게 공직 생활 경력에서 미루어 볼때 대기업 관여 없이는 법원으로부터 철거 판결이 내려진 후 실사나 현장조사 조차 행해지지 않았고 일반인으로 구성된 조합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철거를 단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조합이 제시한 500만원 보상금을 받지 않자 찾던 말던 만민교회의 몫으로 한 채 485만원의 공탁금을 걸어놨다"며 "모든 일련의 과정을 D건설측 변호사 3명이 조합에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D건설과 조합이 결탁된 게 틀림없다"고 역설했다.
조 목사는 "만민교회가 헐린 것이 지난해 일이지만 인근 같은 재개발 지역내 건물을 소유한 ' I'모 교회는 올 5월에야 철거됐다"며 "관계자들로부터 D건설과 조합이 새 교회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합의를 통해 철거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목사 부부는 조합장이 사망해 대화 창구가 막힌 가운데 D건설은 나서지 않고 있고 개인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과 관련 정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김 장로는 "소송 제기도 생각해 봤으나 성직자 신분으로 그럴 수도 없었다"라며 "차라리 D그룹이나 D건설 측이 현재 시위하는 것을 가지고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 걸어오기를 바란다. 그럴 경우 법원에서 떳떳하게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 4월 28일부터 서울 D그룹 본사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 목사는 6월 청와대로부터 출입 허가증을 받아 세차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쇠고기 정국과 개각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맞아 이들은 이달 들어 D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까지 강행하고 있다.
◆ D건설 "사업은 조합의 전적 관할 시공만 책임진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 사업의 경우 일정이 지연될수록 금융 등 각종 부대비용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는 취약한 구조에 있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특히 뉴타운사업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자치구 들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일정 맞추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한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조 목사 부부의 주장에 대해 D건설 측은 재개발 사업의 특성상 모든 것이 조합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건설은 시공만 책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D건설 관계자는 "조 목사 부부의 사연은 알고 있지만 보상 등 사업과 관련한 전 사안은 조합의 권한이고 업무로 D건설은 이와는 무관하다"며 "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는 전적으로 조합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만민교회와 조 목사부부의 사연과는 대조적으로 부동산 시장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10월 D건설은 길음뉴타운 7구역 분양에서 성공분양을 이뤄냈다.
주택형 84~146㎡ 총548가구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126가구를 일반 분양한 가운데 1순위 청약 결과 124가구 모집에 총 1126명이 신청해 평균 9.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