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 중국 자금으로 지은 철도가 예상보다 이용률이 낮아 빚만 쌓이고, 기존의 고속도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해 이들 국가 내에서 불만이 폭주하고 보도했다.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는 수출품 운송을 위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홍해와 맞닿은 인접국 지부티를 잇는 전기철도를 건설했다. 총 길이 718㎞인 이 선로는 5년 공사 끝에 2016년 완공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이용률이 턱없이 낮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20년간 국경 분쟁을 벌여온 에리트레아와 7월 평화협정을 맺어 항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에티오피아는 또 다른 인접국인 소말리아와도 6월 항구 4곳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외환위기까지 맞으며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 열차 운영 자체도 어렵다.
에티오피아가 이번 철도 사업으로 중국에 갚아야 하는 빚은 40억 달러(약 4조4600억 원)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9월 빚 상환 기한을 1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몸바사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도 이용률 저조와 부패로 위기에 직면했다. 철도는 1963년 케냐 독립 이후 가장 큰 인프라 사업이다. 인근 고속도로의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자본 32억 달러로 놓았다. 그러나 개통 18개월이 지난 현재, 철도 이용률은 낮고 교통체증은 그대로다.
지난달에는 중국 국유기업 중국도로교량집단 직원 3명이 열차 티켓값을 조작한 혐의로 걸려 수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이 케냐 수사관에게 뇌물을 주고 문제를 무마하려다가 발각됐다. 케냐의 반부패 운동가 존 기통고는 “애초 철도 사업이 부실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갈수록 이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실패는 중국 기업들에도 피해를 준다. 에티오피아 철도사업이 부진해 중국 수출보험공사는 최근 10억 달러에 달하는 보험금을 내야 했다. 중국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며 예정된 케냐-우간다 노선 확장에 대한 자금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9월 “무의미한 사업을 중단하고 더 치밀한 계획을 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지난 20년간 아프리카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면서 “인프라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중국이 투자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