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처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후 차이가 없는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유예돼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여기저기서 유연근무제, PC자동오프제 등 떠들썩하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는 느긋하다 못해 조용한 업체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야근이 많은 홍보대행사가 대표적이다.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안서를 기획하고 작성해야 하는데 이러한 업무는 일과 시간이 끝난 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후 6시까지는 보도자료 작성 등 기존 고객사의 업무를 한 뒤 저녁이 돼서야 제안서 업무를 시작하는 게 다반사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이나 후나 이들에게 야근은 일상이다.
언론 홍보 업무 특성상 근로 시간을 제대로 집계할 수 없는 점도 맹점이다. 기자 미팅이 점심, 저녁 식사로 잡혀 있는 이들은 식사 시간도 업무나 다름없다. 퇴근 뒤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그 시간을 다 합하면 주당 업무 시간은 52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고객사에 주요 이슈가 터지면 야근에 더해 주말에도 업무가 이어진다.
업무량은 그대로인 채 2020년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기본급만 깎인 예도 있다. 50인 미만의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 씨는 “7월 월급 명세서를 받아보니 기본급이 깎이고 야근 수당 항목이 새로 생겼다”며 “바뀐 취업 규칙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인했다가 월급 명세서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제까지 야근 수당을 따로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는 “이직 시 연봉 협상을 할 때 기본급이 기준이 되는데 기본급이 깎여서 처우가 더 안 좋아진 셈”이라며 “근로 시간은 그대로인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근로 환경이 뒷걸음질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소소한 연장근무와 업무상 미팅 시간을 일일이 결재에 올릴 수 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를 두고 ‘딴 나라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직원 수 100인 이하의 성인교육 업체 관계자는 “개발 부서의 경우 여전히 야근이 일상적”이라며 “야근을 하면서 따로 결재를 올린 직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들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는 있다. 직원 수 200인 미만의 홍보대행사인 피알원의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4시 퇴근제’가 있는데 작년에는 열두 번 중 두 번밖에 못 지켜졌던 데 비해 올해는 거의 빠짐없이 지켜졌다”며 “아마도 2020년 전에 52시간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