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가 기술과 전력 부문 등 민감한 산업에서 블록버스터 딜(Deal)을 잇따라 차단하고 반독점 규제를 이유로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취소된 기업들의 M&A 규모는 약 5400억 달러(약 610조 원)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싱가포르 브로드컴의 1420억 달러 규모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업체 퀄컴 인수를 차단했다. 퀄컴도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 정부의 승인 거부로 인해 지난해 합의됐던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 인수가 무산됐다.
지난주에도 기업들의 M&A 취소가 잇따랐다. 미국 메이저 지역방송 사업자인 트리뷴미디어와 싱클레어의 합병 계획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결국 무산됐다. 미국 식료품 유통업체 앨버트슨의 56억 달러 규모 약국 체인 라이트에이드 인수도 취소됐다.
로펌 프레시필즈의 매튜 허먼 글로벌 M&A 자문 공동 대표는 “엄격해진 규제 감시와 정치를 떼어놓을 수 없다”며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일부 주요 7개국(G7) 국가는 안보 관련 M&A에 대한 검토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M&A를 억제하려는 서구권 국가들의 노력에 대해 역시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최근 계류 중인 M&A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건강보험업체 시그나의 600억 달러 규모 익스프레스스크립트 인수에 대해 “인수가가 너무 높아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