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는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선 인사청문회에 나선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의 부동산 투기 등의 이유로 16차례 위장전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59일 만인 1998년 4월 사퇴한 이후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였다.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는 2002년 청문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애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하려고 했던 생각에서 한 일로 죄송하다. 그 문제(위장전입)는 맹모삼천지교로 봐 달라”고 호소했지만,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인준안 거부로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 등 상당수가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부 미디어와 정치권은 부동산 투기 외에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상을 참작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결코, 안 될 말이다. 왜 안 되느냐고?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긴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0년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에서 행한 위장전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바로 이것이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정상을 참작해선 안 되는 이유다.
권력과 자본, 정보력을 가진 사람들이 위장전입이라는 불법까지 저지르며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은 교육 양극화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 공정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불평등이 깊어질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삶은 점점 더 괴리된다. 풍족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그 결과 도심 공립학교에는 대안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만 남는다”라고 질타했다.
위장전입은 자본과 권력을 쥔 부모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만을 위한 헬조선의 영속화를 초래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원의 보고서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공, 출세하려면 ‘성실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006년 41.3%에서 2010년 29.7%로 줄었고 부모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학벌과 연줄’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33.8%에서 48.1%로 증가했다.
또한, 위장전입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치 있는 성공 신화를 무력화하며 의미 없는 어록으로 전락시킨다. 스티븐 맥나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능력주의는 허구다’에서 자녀의 성공 요인은 부모의 배경, 학교와 교육, 부의 상속, 특권 세습, 차별과 특혜 등이고 “노력은 더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고위 공직자 후보의 위장전입을 보면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회의(懷疑)할 것이고 “이젠 개천에서 용 안 나. 그냥 개천에서 피라미로 사는 거지”라는 드라마 ‘강남 엄마 따라 하기’ 대사에 더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