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현금이 6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세계 갑부들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CNBC는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Wealth-X)의 집계를 인용해, 전 세계 억만장자 2473명이 보유한 현금이 지난해 기준으로 1조7000억 달러(약 1865조원)에 달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 업체가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이자 2016 리우올림픽 개최국인 브라질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현금은 이들의 전체 순자산의 22.2%를 차지한다.
이처럼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순자산의 상당한 비중을 현금으로 쌓아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웰스엑스는 분석했다. 지난해 억만장자들이 기업 인수·합병(M&A)으로 큰 이윤 남겼다는 점도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택하는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웰스엑스는 현금을 쌓아둔 채 관망하고 있다가 주가가 더 내려가는 등 자산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시점이 오면 부호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스위스계 은행 UB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부호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UBS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부호들이 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지난해 5.4% 증가한 7조7000억 달러였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국가 GDP보다도 더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