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호모 루덴스의 권리

입력 2016-07-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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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모든 인간은 노는 존재이며 그 원동력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비일상성을 향한 인간의 원초성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을 주창한 요한 호이징가는 그 유희적 본능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란다. 공감한다.

축제를 의미하는 ‘festival’은 성일(聖日)을 의미하는 라틴어가 출발이다. 신적 존재에게 불가항력적 공동의 염원을 간절히 표현하며 집단적으로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이던 갈망이 춤이 되고 음악이 되고 집단 놀이의식인 축제가 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모든 축제는 강력한 집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신명과 놀이에서는 지구상에 따를 자가 없는 우리 민족 기질상 우리나라에는 전국 방방곡곡 별의별 축제가 많다. 그 규모나 복잡한 전문성, 많은 비용 때문에 세계적으로 드문 뮤지컬 축제만 해도 여러 종류다.

대구시에서 직접 사단법인을 만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올해로 10년째이고 중구문화재단과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주최한 서울뮤지컬페스티벌도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외치며 4년간 이어져 왔다. 그리고 올해 처음 열리는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은 블라인드 티켓 1000장이 오픈 2분 만에 다 팔렸단다. 자라섬에서 국내 최초로 야외 뮤지컬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을 것이다. 공연장 문턱이 높아 뮤지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관객들을 향해 뮤지컬이 야외로 뛰쳐나와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야외 공연에 파티에 맥주까지 마실 수 있다니 말이다. 또 뮤지컬 마니아가 얼마나 많아졌는가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뮤지컬 축제인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 3개나 있고, 모두 10년 넘게 이어져왔다.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시작되면서 부대 행사로 마련된 딤프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10년간 개최해온 전국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은 최근 현대자동차로부터 4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으면서 ‘H-스타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진행하고 있다. 경연대회인 두 행사와는 차별되는 즐겨라뮤지컬페스티벌은 올해 12회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세 축제 모두 만들어질 때 참여했다. 딤프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은 2013년과 2014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직접 기획했고, 즐겨라뮤지컬페스티벌은 지난 5년간 소명감으로 명맥을 이어 온 입장에서 이들 축제를 대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올해 즐겨라뮤지컬페스티벌은 용인문화재단과 함께 하면서 규모와 체계 면에서 한층 도약했다. 일주일간 용인시의 용인포은아트홀을 비롯한 4개 공연장에서 8개 유명 뮤지컬의 릴레이 공연, 뮤지컬 스타들과 학생들이 함께 한 대규모 뮤지컬 콘서트가 행사의 질과 관객 동원 모두 성공적 결과를 거둬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 크다. 그러면서 발견한 축제의 본질! 용인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동네 나들이하듯 뮤지컬 관람을 즐겼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재임 시 행사를 진행하면서 부러웠던 지역 축제의 힘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유명 뮤지컬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은 늘 티켓이 매진되는 등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의 열기는 오묘한 체험이었다. 열린 축제가 닫힌 공연장으로 옮겨져 생기는 그 혼재된 기류가 새로운 신명을 만들었다.

또 즐겨라뮤지컬페스티벌은 대학 뮤지컬과 연합 축제이기 때문에 뮤지컬과 무대 스태프 과정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학생들이 공연 프로덕션의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다 수행한 결과물들의 릴레이 공연이라 수준이 높다. 학생들의 가창력과 연기력도 놀랍도록 대단하다. 뮤지컬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용인 시민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그동안 각 지자체의 도움으로 힘겹게 꾸려온 즐겨라뮤지컬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한 소명의식과 도전의식이 더 강해졌다.

축제는 창조적 놀이를 통해 힘든 일상을 스스로 해방시키는 호모 루덴스의 권리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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